부모가 모르는 자녀의 심리
오늘은 서영이와 오랜만에 카페로 출동했습니다. 기말고사도 끝나고 서로 얘기도 하고 바람도 쐴 겸 해서요. 금요일이라 일찍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학교 교문에서 만나 서영이 집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서영이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입니다. 부모님과 오랜 지인 사이였던 저는 서영이가 어릴 때부터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어릴 때도 건강하더니 지금도 역시 아픈데 없이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 벌써 고3 수험생이네요.
서영이는 정이 많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멋진 친구입니다. 그런 서영이와의 대화는 나이차이가 많아도 좋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서영이와 들어선 카페에는 다행히도 손님이 적고 테이블이 널찍해 공부하고 얘기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먼저 달달한 카페라떼를 선택한 서영이와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저, 그리고 간식으로 가도 쇼콜라와 깔루아 마키아토 케잌 두 개를 고르고 공부를 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은 나름 색다른 경험이고, 새로운 곳에서의 기분전환도 돼서 집중에 도움도 되는 편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고민이나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상담할 때 카페처럼 열린 공간이나 분위기 좋은 곳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가끔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이런 카페에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시간을 마련하면 자녀와 대화가 술~술~ 잘 이어집니다. 요건 팁이에요~ 자녀들 마음이 확 열리는 편이죠~
자녀 대화 꿀팁~!!
카페에서 차 한잔 시켜놓고 부모님은 책을 일고 자녀는 공부하고... 기분 좋으면 하고픈 대화가 술~술~ 한 번 해 보세요~^^
서영이와 공부를 마치고 이러저러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영이는 부모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자녀를 낳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관을 뚜렷이 가지고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신경 써서 대화를 끊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모님 영향을 받아서인지 서영이도 대화하는 것을 몹시 좋아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곧잘 자신의 이야기도 합니다. 생각도 깊은 편이죠. 이 정도면 부모님은 서영이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겠죠?? 서영이 부모님은 늘 서영이에게 '너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서영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십니다. 그. 러. 나. 서영이는 오늘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부모님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정말 놀랍죠? 부모도 모르는 내 자녀의 심리, 내가 다 알고 있는 게 아니였다구??
서영이는 부모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하지만 요즘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서영이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이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공통된 부분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서영이가 느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도 궁금해지지 시작했죠. 분명히 내가 서영이 나이였을때 가졌던 생각이 비슷했을텐데.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어른이 돼서 그나이때 가졌던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영이의 말은 계속 저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공감...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갖는 것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학생 본인들도 학없과 진로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게 됩니다. 중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체감으로 다가오는 성적의 부답감, 그리고 과제와 학교 활동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들이 하나씩 피부 속으로 파고듭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도 크고 심리적인 고통이 따르는 과정입니다. 자녀들은 그러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겠지만 어쩌면 그런 고통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뿐이죠. 그러다 아주 가끔은 부모님께 힘들다고 직접 말하기도 하고 마음의 표현을 짜증으로 표현하디고 합니다. 왜요? 지금까지 나를 지지해 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니까요. 그래서 힘들다는 표현을 몸으로 눈빛으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엄마. 나 요즘 좀 힘들어. 피곤해. 짜증 나.
놀면 안 될까? 친구들과 좀 놀고 올게.
자주 그러지 않는 자녀들의 표출을 부모님은 흘려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잘 기억해 두었다가 자녀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 신호를 잘 모릅니다. 부모님의 생각 세계가 있고 부모님의 현실 세계가 있어서 자녀들의 심리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과하기 쉬운데요.
힘들어?? 얘가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뭐가 힘들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공부야.~!! 공부나 해!!
네가 엄마처럼 집안일을 하니, 아빠처럼 직장에서 돈을 버니? 근데 뭐가 힘들어!
혹시 여러분은 이런 말을 쓰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자녀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곧바로 마음의 문을 닫고 더 이상 대화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서영이도 예외는 아니었죠. 서영이는 부모님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주 좋은 부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힘들다고 할 때 부모님과의 대화는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그게 뭘까요? 흔히 어른들이 하기 쉬운 실수인데요. 저도 서영이 얘기를 들으면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힘들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투정 부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힘들다고 얘기할 때 투정 부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에 겨운 이야기로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 스스로 해결해 낼 문제를 전이시킨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까짓 작은 일로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다고 간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이야기를 꺼냅니다. '내가 네 나이 때에는~'이라는 말로 시작해 마구마구 조언을 꺼내 놓습니다. 좋은 얘기는 다 갖다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이 바라는 자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세뇌를 시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며 끝을 맺습니다. 속으로는 나는 정말 좋은 엄마야. 나는 정말 좋은 아빠야... 잘 했어... 과연 그럴까요? 자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부모님의 말은 다 옳아요. 그런데 마음에 와닿지 않아요...
힘들 때, 그냥 투정 부리고 싶을 때... 그냥 저를 공감해 주면 좋겠어요.
그게 전부인데....
자녀가 듣고 싶은 말은 공감입니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어쩐지 피곤해 보이더라... 많이 아팠겠네.... 속상했구나....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주 짧지만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말 한마디, 그 한마디면 자녀는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힘들어 상처 났던 자리는 곱게 아물고 다시 새 힘을 얻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거기에 특별한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는 거죠. 자녀는 그리고 나면 자신이 왜 힘들었는지. 왜 투정 부리고 싶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를 퍼붓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면서 가장 따뜻한 힐링을 하면서 마음이 최상의 상태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는 거죠. 그때 부모님은 그저 지긋이 웃으며 그래그래..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좋습니다. 자녀들은 조언하는 부모님보다 공감해 주는 부모님께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서영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부모님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하려는 것보다 보모님의 경험에 비추어 자녀들을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에 마음이 닫힌다고 합니다. 은근슬쩍 자녀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강요하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은 자녀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확실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죠. 그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저 잘 앍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사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우고 학습한 것이 아닌 처음 겪는 경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자녀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자녀들은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100% 알 수는 없습니다. 또한 부모님은 자신도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왔지만 이미 기억은 저 멀리 사라지고 현실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를 읽는 데도 어둡기만 합니다. 그러니 앞서가는 시대보다는 뒤에서 쫓아가기 바쁜 것이 부모님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부모님의 사이에는 이런 세대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런 세대 차이를 자신의 경험으로 커버하기에는 이미 낡은 관습이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은 부모의 기억 속의 경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의 자신에게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빈 껍데기의 공감이 아닌 마음에서 하나가 되는 공감...
서영이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까지는 부모님의 말씀이 절대적이었고 그 말이 모두 옳다고 여겼는데 이후로 아주 가끔씩 머릿속에 자신과 부딪히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과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라서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서영이는 자신의 부모님의 예를 들어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부모라는 말에 깊은 생각을 토로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말하지 않는 것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저를 다 안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속으로 '이건 아니다' 싶어요. 각자가 개성이 다르듯이 부모님은 저에 대해 잘 알 수 없죠. 저를 제일 잘 아는 것은 제 자신이에요.
부모님은 원하는 자녀의 모델을 저에게 강요를 하시고 늘 기대를 하고 있어요. 너는 이래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등등으로 많은 말씀을 하시죠. 어쩔 때는 제가 그런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도 같아요. 그러면서 부모님의 생각을 저에게 투영시키시는 모습에서 저 또한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닌, 거짓을 탈 쓴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모두가 부모입니다. 부모가 되면서부터 자녀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육관이 전부가 되고 그 세계를 자녀에게 투영시키려 하죠. 초등학교 때 나 중학교 신입생 때까지는 부모님의 역량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사춘기 이후에는 진정한 마음의 교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녀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있는 교류.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보면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 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서영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녀심리를 부모님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자녀들이 듣고 싶은 말은 진정한 공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공감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