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부부,그들의 사는 이야기(06)
엄마!
70번만 더 하면 100번째야.
왜, 맨날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거야?
그렇게도 할 얘기가 없어?
저는 엄마에게 대놓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 속 이야기,
엄마는 언제나 레퍼토리가 똑같았습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아빠는 엄마와 대작하기 위해
맥주 한 박스를 사 왔고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엄마의 주량을 떠보기 위해 벌인 술판이었던 거죠.
지금과 달리 1970년대의 맥주병은
꽤 용량이 큰 것이어서 한 박스를 마신다는 건 엄청난 양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술을 잔뜩 마시고도
찬바람을 쐬고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도로 멀쩡해져
결국 아빠에게 술이 센 사람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엄마는 똑같은 이야기를 마치 처음 하듯 흥분하며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는 듣고 또 들었던 이야기지만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습니다.
그러다
정말이지 똑같은 이야기에 질려버린 어느 날,
참을 수 없었던 나머지 엄마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거죠.
그날 밤,
저는 엄마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와의 추억이 그것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겁니다.
딸이지만 미처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게 엄마를 이해하고 나니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에게
진심으로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그럴 겁니다.
사랑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부스러기처럼 남아있던 편견을 깨끗이 씻어주는 맑은 물 같습니다.
오해라는 찌꺼기로 그 맑은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엄마의 자그마한 등 너머, 아빠와의 추억을 지켜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