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성공이란.

갱년기 부부, 그들의 사는 이야기(10)

by 동그라미

한 사업가가 어느 멋진 해변으로 휴가를 갔다. 해변에서 만난 어부에게서 물고기 몇 마리를 샀는데, 그 맛이 기막히게 맛있었다.


다음날 또 물고기를 사러 갔지만 어부는 오늘 잡은 물고기는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먹을 것만 남기도 다 팔았다며 다음에 오라는 것이었다.


사업가는 이렇게 맛있는 물고기를 매일 몇 마리만 잡아서 팔고, 나머지는 식구들과 먹어버리고 말다니, 이해가 안 됐다.


사업가는 어부에게 말했다.

"나와 동업을 하는 게 어떨까요? 당신은 물고기를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잡고 내가 마케팅을 한다면 5년 후에는 큰 배를 사고, 공장도 세울 겁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서 뭐 하게요?"


"당연히 편안한 삶을 누리는 거죠. 억만장자가 되면 한적한 해변에서 별장을 짓고, 가족들과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는 겁니다. 배부르면 낮잠을 자고, 저녁엔 친구들과 기타를 치며 노는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이봐요.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잖소!"


누구나 은퇴를 꿈꾼다.

해가 뜨기 전, 새벽 별을 바라보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느긋한 아침잠을 즐길 수 있는 달콤함,

느닺없이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안으로 향할 수 있는 자유,

차가 꽉 막힌 도로에서 차문을 열고 팔을 내밀고 인사할 수 있는 멋스러움,

맛집을 찾아 내비게이션의 지휘 하에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

매일 누군가의 눈치 보는 일 없이 일상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로움,

가야 할 곳이 없어도, 오라는 곳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래서 어디든 그곳이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밤하늘 별을 이불 삼고, 바닷가의 파도 소리, 바람소리, 숲 속의 새소리를 음악 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결코 외롭지 않은 자유로움.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은퇴를 꿈꾼다.


멋진 해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노인의 삶이야말로 누구나 원하는 성공이 아닐까?

경제적 자유, 여유로움, 건강함, 함께 하는 가족 그리고 그 안에는 세월의 연륜이 주는 경건함과 소박함과 사랑이 묻어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성공은 거창한 게 아니다.

성공이 뭐 별거냐.

하고 싶은 일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건강과 여유와 자유,

그리고 함께 할 친구가 있으면 되지 않은가.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여유를 만끽할 사이 없이

영혼이 육체를 떠나버린다면,

그가 이루어낸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성공이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나를 위한 행복으로 채워져야 한다.

진정으로 마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성공의 장소요, 시간이 아닐까.


한 여름, 아침부터 달구어진 지면의 열기를 피해

오후 한낮에는 시원한 커피숍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남편은 무협지를 보고 나는 소설을 읽고.


뜨겁던 아메리카노 커피가 다 식어도

한 모금씩 마시는 커피의 진한 맛과 향이

오히려 책 속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영혼을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오래도록 앉아 독서를 하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즈음

동네 어귀 치킨 집으로 들어가 시원한 생맥주에 통닭 한 마리를 주문한다.


한 여름의 더위를

잘 얼린 잔에 담긴 생맥주 한 모금에 날려버리고

요란한 배꼽시계를

잘 튀겨진 닭다리 살을 뜯으며 알람을 꺼버린다.


대화의 주제는 그날 읽었던 책의 줄거리와 느낀 점으로 털어내며

해가 기울어져 깊어가는 밤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때로는 더 많은 것을 원하기도 하지만

돌이켜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과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집 한 칸,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는 여유와

서로를 위하는 진심과 사랑의 마음이 있음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성공이 아닐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살아가자.

당신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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