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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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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Oct 08. 2021

잘 가. 친구

그래.

난 너에게 조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너는 그 실수를 인정하지도

반응하지도 않았지.


너는 이미 고결하고 부족한 것이 없어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끝으로

인연을 끊고자 했을지 몰라.


'고맙다'는 메시지에

아무런 답장이 없는 너의 마음을 이해해보려 애를 썼지만

너의 마음이 그 순간 닫혔다는 걸

나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 몰라.


우린 함께 자란 벗도 아니고

학창 시절 까르르 웃던 동창도 아니고

사회에서 맞닥뜨린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자

서로 의기투합했던 사이였을 뿐이지.


그래도 나는 처음으로 친구를 가졌다는 것에

마음 뿌듯했는데 말야.


이제는 그 친구를 잃어버린 셈이 된 거지.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너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한

내 탓...


멀어져 가는 너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붙잡으려 하지 않을게.


그건 너의 심장 언저리에

먼지처럼 앉아있던 나를 털어내 버린 너의 냉정함이니까.


어쩜 우린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


그래도 나의 심장에 꽂혀있는

너의 자리는 비워둘게.

언제라도 네가 와서 쉬었다 갈 수 있게 말야.


이런 말이 자꾸 떠올라.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 너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나봐.

자꾸만 뒤돌아보며

너의 흔적을 확인하게 되니까.


그래도 잘가. 친구.

그렇게 너를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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