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걸 먹나 보다.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살짝 쌉쌀한 첫 모금을 머금으면
입안에 개운하게 감도는 향이 상큼하게 느껴져.
그리고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남는 끝맛이란,
입맛을 살리는 달달함이야.
소주 한 잔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온갖 맛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어스름 저녁이 내려앉은 거리를 거닐다
둥그런 탁자가 놓인 포차의 정스러움을 지나치지 못해
들어앉은 자리.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안주는 꼼장어
긴 하루를 보내느라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며
서로에게 위안을 건네는 소주 한 잔이란.
인생이라는 무제에 대한 질긴 답변이랄까.
새우깡 한 봉지에
입안으로 쓴 소주를 털어 넣으며
마치 내일은 없을 것 같은 괴로움을 잊으려 했고
그녀가 떠나던 날은
밤새도록 혼술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
아픔 때문에 흐르는 눈물의 짭조름함이 안주가 되었던 그날.
소주는 세상에서 가장 쓴 물이라는 걸 깨달았어.
때로는 즐거움으로
때로는 아픔과 괴로움으로
때로는 살아온 나날을 돌아보면서
그럴 때마다 소주 한 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그 맛을 음미하곤 해.
소주 맛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아.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느껴본 사람은
진짜 소주 맛을 아는 사람이라나...
나..
어쩌면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인생이라는 소주 한 잔을 제대로 음미하고 있나 보다.
이별의 아픔을 담은 씁쓸함과
실패로 인한 고통의 쓰디씀과
배신으로 인한 인고의 쌉싸름함과
당신을 만나 행복했던 모든 순간들의 달콤함이
이 한 잔의 소주에 모두 담긴 것 같아.
지금,
당신과 마주한 이 시간,
내 인생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 소주 한 잔 속에 스르륵 녹아내려
달콤한 행복으로 살아난다.
또 얼마나 쓴 소주를 마셔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때마다 내 인생의 이야기를 담아낼 소주 한 잔이면 족할 것 같아.
그리고 당신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