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 딸꾹!
어느 정도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그는 늘 그렇듯 딸꾹질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약하게,
그러나 소주잔을 비울수록
딸꾹질은 마치 거대한 두꺼비 소리를 냈다.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한 번씩 돌아보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히죽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런!
이제 그만 마셔!
술이 술을 먹는다 했던가.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그는 연거푸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마치 달콤한 설탕물을 맛보듯 쪽~! 소리 나게 잔을 비웠다.
다음날은 기억도 못할 텐데.
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까지 가야 하는 발걸음이 벌써부터 무겁기만 하다.
왜. 진작 결혼 전에는 몰랐을까.
콩깍지가 슬슬 벗겨지기 시작한 어느 날
나는 문방구 안을 흘끔 들여다보았다.
내 콩깍지를 다시 붙여줄 접착제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없다.
어디에도...
자꾸만 헤어져 흐물거리는 콩깍지는
'정'이라는 접착제로 간신히 붙여놓았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효력이 없다.
이게 세월인가....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에 반해
무슨 말을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그때가 떠오른다.
손끝만 닿아도 소름이 돋고
심장이 너덜거리도록 뛰어다녀
혹 그에게까지 들릴까 싶었던 때.
그의 눈망울,
그의 말 한마디에도 온 신경을 곤두서며 초집중하던 때.
입에서 튀어나온 밥알이 내 밥그릇에 떨어져도
그저 헤헤헤 웃으며 달달하게 먹을 수 있었던 때.
술에 취한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밤새워가며 횡설수설할 때도
귀가 따갑도록 수화기를 들고 웃어주었던 때.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날들이 추억으로 잠겨가고 있구나.
그의 딸꾹질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다니.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함박웃음 짓던 내가...
사랑으로 결혼하고
정으로 살아간다 했던가.
아직은 간신히 붙어있는 콩깍지를 떼어내고 싶지 않다.
여전히 붙어서
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초강력 접착제!
달콤한 사랑보다
구수하고 깊어가는 된장 같은 '정'이
끈끈하고 강하게 당신과 나 사이를 이어주고 있구나.
우리 서로 세월이 더할수록
잘 익은 된장처럼 깊어지는 사람이 되자.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끈끈한 정으로 붙여놓고
서로의 허물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아름답게 익어가는 노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