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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21. 2024

악의 연대기

죽도록 잡고 싶은 범인 그리고 범인의 연대기



영화 악의 연대기를 결말까지 관람하고 나서야 진짜 범인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생각하면서 범인이 지었던 표정, 행동을 통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슬퍼하고 있는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얼마나 거대한 무게로 짓누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연대기라는 뜻은 사건 또는 역사를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기록한 것을 말하는 데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고 난 후 관객은 아마도 시간을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으로 범인과 최반장의 연대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악의 연대기

(The Chronicles of Evil)

범죄, 스릴러

개봉일 / 2015. 05. 14.

러닝타임 / 102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 백운학

출연진 /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외


       



오래전 사설 도박 살인사건이 있었다.


영화 악의 연대기는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혀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빗속에서 울고 있는 한 소년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 소년은 어떻게 살았을까?


나는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어린 소년의 목메인 목소리가 영화의 시작부터 가슴에 와닿는다.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야 했던 그 소년은 시간이 흘러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관객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시간은 훌쩍 흘러버린다. 그리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최창식 반장(손현주)는 부하들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축하에 들떠 있다. 게다가 서장(정원중)은 자신의 부하를 애지중지하며 어떻게든 출세를 하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최창식 반장은 경찰에서 가장 부러운 존재가 될지 모를 출세자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부하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 후 술에 취한 최반장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지만 왠지 싸늘한 공기가 물씬 감돌고 택시는 인적이 없는 버려진 공터에 도착한다. 


그리고 최반장을 살해할 목적을 가진 택시 기사는 되려 최반장과 몸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마는데...


그렇다. 

승진을 앞둔 최반장은 우발적 살인으로 살인자가 되어버렸다. 그의 앞날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살인자가 되어버린 최반장의 시선과 행적


악의 연대기는 자신을 죽이려는 범인을 찾는 최반장과 살인자가 되어버린 증거를 지우려는 최반장의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늘 살인자 또는 범인을 쫓으며 증거를 수집하던 경찰이 단 한순간의 우발적 사고로 살인범이 되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최반장은 모든 증거를 지우기 위해 택시에 묻은 자신의 지문과 흔적을 모두 닦아내는 치밀함을 보인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떡~~ 하니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목을 매단 채 걸려있는 시신 한 구. 바로 최반장이 죽였던 그놈이다.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 채 범인을 쫓는 것은 최반장뿐만 아니라 경찰도 마찬가지. 그 와중에 택시 안에서 최반장의 물건인 넥타이핀이 발견되고 그것을 막내 형사 동재가 찾아내지만 동료들에게는 알리지는 않는다.


최반장은 애초 우발적 살인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출세라는 너무도 명확한 미끼에 걸려버렸다. 그래서 양심을 지우고 증거를 찾아 없애는 쪽으로 행적을 옮긴다.


최반장은 자신이 탔던 택시의 경로가 담긴 중요한 CCTV 파일을 훔치고

중요한 증인을 쫓는 과정에서 총으로 쏴 죽여버린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 김진규라는 인물이 있음을 알고 죽일 계획을 갖지만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온 바람에 오히려 김진규 제거가 어려워진 상황. 언론에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자 서장 이하 경찰은 최반장의 총에 맞아 죽어버린 피의자를 범인으로 몰아세울 계획을 한다. 


김진규(최다니엘)는 알쏭달쏭 한 말로 최반장의 애를 태우고

마약을 판매하며 끌어들인 두 사람이 실제로 최반장의 손에 목숨을 잃어버린 것을 알려준다.




도대체, 왜? 

최반장을 죽이려는 것일까?


그리고 김진규는 오래전 사설 도박 살인 사건 때 경찰의 작당으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간 이야기를 하며 그때 참여했던 경찰들이 하나씩 죽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최반장에게 서장을 죽여줄 것을 지시하는데...


자신이 살기 위해? 아니면 살인죄를 모면하기 위해?

최반장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오래전 그날, 살인자의 아들이 되어버린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가 바로 김진규일까?


최반장은 철떡 같이 김진규가 범인이라고 믿고 있지만 두뇌를 풀가동한 오형사(마동석)는 진짜 범인의 실체를 밝혀낸다. 그는 바로 경찰 막내 차동재... 차동재는 서장의 차에 폭탄을 설치해 마지막으로 서장이 차에 타자 버튼을 눌러 폭파시킨다. 






차동재는 그날의 복수를 위해 경찰이 되었다.

차동재의 시선과 행적.


영화 악의 연대기 결말까지 관람한 관객이라면 차동재(박서준)의 시선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살인마의 아들로 자라면서 입양된 아이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차동재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어릴 적 자신을 지켜주었던 아버지가 경찰의 모함 때문에 살인마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것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하다.


차동재는 그날,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일하던 사설 도박장으로 향했다. 갖은 학대와 멸시를 받는 아버지의 모습에 모멸감을 느낀 아들은 박카스에 독극물을 타버리고. 그날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죽어나갔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아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울며불며 애원하듯 말했지만 경찰은 그 모든 수사의 마무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아들의 증언은 무시하고 불쌍한 아버지를 대신 잡아갔다.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최반장이 있는 강력계로 지원했다. 왜? 그는 그 모든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자신의 아버지를 잡아갔던 형사들을 하나씩 제거했던 것. 이제 마지막으로 최형사만 남았다. 불쌍하게도 오형사(마동석)는 차동재의 권총에 목숨을 잃는다. 




복수가 목적이었던 차동재의 악의 연대기


차동재는 경찰이 작정하면 부당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최창식을 목적으로 했을 때, 김진규를 통해 노래방 앞에 택시를 대기시키도록 계획한 것, 공터에서 우발적이 살인을 저지르고 지문을 닦아내는 장면 촬영, 그 동영상을 경찰에 뿌린 것. 택시의 노선을 확보한 CCTV 자료를 훔치는 것을 바라보는 것. 택시에서 주운 최반장의 넥타이핀을 조용히 건네준 것. 서장의 차에 폭탄을 설치해 폭발로 살해한 것 등 차동재는 매우 치밀한 계획으로 오래전 그날 사건에 관계된 경찰을 하나씩 제거하며 자신의 목적이 복수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차동재는 

마지막 양심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다.

이유는 빗속에 마주하고 서서 서로 총구를 겨누는 자리에 최반장의 아들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살인마의 아들이 탄생한 순간. 차동재는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잡혀가는 무서움, 두려움, 공포감, 그리고 설움을 최반장의 아들 역시 느끼고 있을 테니 말이다.


차동재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한 많은 삶을 마감한다.

그것은 아마도 최반장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응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반장이 저질렀던 경찰로서 하면 안 되는 악에 대해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화 악의 연대기는 또 한 명의 살인마의 아들이 될 수 있는 최반장의 아들에게 더 이상 죄의 무게와 복수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차동재는 자살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복수의 끝을 봤기 때문에 더 이상 삶의 목적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김진규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한 남자 차동재를 위해 기꺼이 복수의 도구가 되었던 김진규는 약물 과다 투여로 생을 마감한다. 



그 아이, 
나한테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영화 악의 연대기는 손현주의 연기력이 관전 포인트다. 잘 나가던 경찰이 한순간 살인자가 되면서 표정 변화와 심리적 변화를 잘 그려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감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물증을 없애려는 비정한 경찰의 모습까지 잘 그려내고 있다.


또 한편 영화의 결말을 알고 난 후 차동재 (박서준)의 눈빛과 표정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제야 진짜 범인의 얼굴을 알게 된 때문일까. 차동재의 날카로운 눈빛과 최반장을 주시하는 모든 눈빛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소름이 돋는다. 


두 사람의 악의 연대기. 

그것은 철저한 응징만이 끝을 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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