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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23. 2024

그놈이다

실화 바탕, 그놈의 정체를 밝혀라



만약 소중한 내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면,

그리고 내 심장은 '그놈이 범인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 '그놈이다'는 단 하나뿐인 가족이자 동생인 은지가 실종된 지 3일 만에 주검으로 나타나면서 범인을 잡고자 고군분투하는 오빠 장우에 대한 이야기다. 


1999년 부산 해면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모티브 한 영화 '그놈이다'는 짜임새 있고 긴장감 넘치는 요소를 가미해 더욱 쫄깃하게 범인을 추적해 들어가는데. 그 범인 역시 어릴 적 트라우마와 고통 속에서 비뚤어지게 성장한 사회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놈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1999년 부산의 해면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어느 여대생의 아버지가 범인을 직감하고 무려 6개월 동안 추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려 했지만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국소 부분만 찾을 수 있었다. 


그놈이다 영화 제목은 'Fatal Intuition'을 살펴보면 'fatal / 치명적인, 죽음을 초래하는', 'intuition / 직감 '을 뜻한다. 즉 '치명적인 직관'이라는 뜻으로 영화 '그놈이다'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놈이다

(Fatal Intuition)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개봉일 / 2015. 10. 28.

러닝타임 / 109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 가능

감독 / 윤준형

출연진 / 주원, 유해진, 이유영, 류혜영 외

       





세상에 단둘뿐인 가족

그러나 3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내 동생 은지


오래전 부모를 잃고 여동생 은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장우는 가족이라고는 단 하나뿐인 여동생 은지를 끔찍이 위한다. 부모님이 없이 자라온 때문인지 다소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은지는 그래도 오빠 말이라면 잘 따르는 착한 소녀. 


장우는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은지를 위해 재개발 지역인 동네를 벗어나기로 결심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 아래쪽에 염색공장이자 세탁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 부족하고 착한 봉구와 함께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 대신 미용사가 되겠다며 아르바이트하던 은지를 집에 끌고 와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간 장우.


술이 떡이 되어 깊은 밤이 돼서야 집으로 들어간 장우는 은지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형사 두수는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3일만 기다려 보자고 설득한다.


그리고 3일째.

장우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영매 시은이를 맞닥뜨리면서 강력한 약품이 풀어져 있는 세탁조에서 둥실 떠오르는 은지의 시체를 발견한다.





왜? 어떻게? 누가?

장우는 그놈이 잡고 싶을 뿐이다.


영화 '그놈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각색이 이루어져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영매 시은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를 하면서 범인 물망에 두 세명을 올려보고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명씩 범인의 목록에서 지워가며 마침내 드러난 진짜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며 되묻게 된다.



그놈은 

무엇 때문에, 여자들을 살해할까??


은지의 죽음을 내다본 시은,

죄책감으로 시달리다 장우 곁을 맴도는데...


은지는 아무에게나 살갑게 구는 천진난만(?)을 가진 소녀다. 때문에 장우는 그런 은지를 보다 철저하게 다독거리며 아버지 역할까지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은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 동생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동생이 온몸이 죽도록 맞아 시퍼런 멍이 들었고 급기야 시궁창 같은 염색조에 빠져 죽은 것이다. 정말 죽도록 범인을 잡고 싶지 않았을까? 


아무런 단서조차 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부산 바닷가에서 천도재를 지내며 은지의 영혼을 보내려는 데, 바닷가 바위 위에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하나 서 있다. 


그놈이다!!!


장우는 직감적으로 그를 알아봤고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그놈은 더욱 빠르게 달아나며 장우의 손에서 멀어지는데. 장우는 그 녀석이 남긴 신발자국만을 보게 된다. 발바닥에 별이 그려진 슈퍼카미트.... 신발



죽는 자의 미래가 보이는 시은

그리고 그놈을 잡고 싶은 장우


경찰은 은지의 속옷을 감추어 둔 2% 부족한 봉구를 범인으로 낙인찍고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그러나 장우는 봉구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슈퍼카미트를 신은 '그놈'이 따로 있다는 것을 직감하지만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다만 영매 시은만이 그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줄 아는 능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직관을 믿고 따르는 장우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찰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만약 이들이 시은이나 장우의 직감을 좀 더 신중하게 여겼더라면 또 다른 피해자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불편함.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조우, 막연한 직감만으로 수사를 이끌어 갈 수 없는 경찰로서는 시은과 장우의 말만 믿을 수는 없는 셈이다. 이 두 가지 세상, 과학과 비과학적인 영적 영역의 대립에 대해 영화 '그놈이다'는 결말에서 시은과 장우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이끌어간다. 결국 진실을 함축한 이들의 비과학적인 영적 영역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마도 실화에서도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후 경찰의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범인을 직감적으로 알아보고 개별적으로 추적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동생 은지를 잃어버린 장우처럼...


시은을 쫓아다니는 어린 여아의 혼귀를 따라

은지를 죽인 범인의 흔적을 쫓는 장우,

그곳에서 맞닥뜨린 그놈, 범인


장우는 시은의 능력을 믿고 은지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한다. 그러다 재개발로 폐허가 된 마을에 들어서면서 그놈을 만난다. 그놈을 쫓아가는 장우는 어느새 마을로 내려오게 되고 소등되었던 약국의 불이 켜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놈이다!! 



약국으로 들어간 장우는 자신의 직감을 시험하려는데

약사는 특유의 목꺽음 틱 증상을 보였다! 

은지의 천도재에서 바위에 서 있던 그놈도 같은 목꺽음 틱증상을 보였는데...


여기서 확실히 약사 (유해진 역) 역시 장우가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서로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내면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상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차선이 만철과 일을 끝내고 약국에 들르는 바람에 서로 위험을 일시적으로 비껴간다. 


사람에게는 육감이 있다.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물리적인 작용으로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고 육감은 정신적인 영역으로 비과학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 육감이 발달해 물리적인 오감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는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바. 장우와 약사 그놈 역시 육감적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만다.


그놈의 또 다른 살인

그리고 장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그놈


약사를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장우였다. 약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건물로 숨어든 장우는 약사의 화장실에서 슈퍼카미트 신발을 발견한다. 그것은 장우에게는 확실한 물증 이상이었다.


그리고 약국을 찾았던 차선이 집으로 돌아가던 중 또다시 그놈의 표적이 되어 살해당하고, 경찰은 다시 범인을 찾느라 난리 법석이다. 장우는 눈앞에 범인이 있다고 알려주는데도 '신분이 다르다'며 장우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찰이 원망스럽다.






경찰의 법망에서 벗어나기로 한 그놈은

장우를 패닉 상태에 빠뜨리는 데...


자신을 추적하는 장우에게 엿을 먹이기라고 하듯,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는 그놈은 돈을 미끼로 폐허가 된 학교에 여자를 불러들여 위험한 상황인 것처럼 연출한다. 이미 시은이 자신을 따라온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러나 아무 일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경찰의 법망에서 벗어나려는 찰나. 



그놈은 장우에게 은지의 휴대폰을 꺼내

은지를 개 패듯 패는 장면과 죽이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그래.. 니 놈이 찾는 범인이 바로 나야!!
끈질기네... 
여기서 동영상을 지울까? 
아니면 동영상을 남기고 시은이를 죽일까? 
선택해!!




그놈(약사)은 장우에게 자신이 범인이라는 단서로 동영상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동영상을 지우고 시은이를 죽일지 선택하라고 조롱한다. 그리고 경찰서를 유유히 나서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놈의 이력서를 파악한 경찰 두수는 범인이 바로 약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지만 워낙 날렵하고 힘센 그놈에게 당할 재간이 없다. 그대로 죽음...


결국 시은은 어린 혼귀를 따라 어디론가 향하고

그곳에서 약사 그놈을 맞닥뜨린다. 





그 혼귀는 누구였을까??


영화 그놈이다의 결말에서는 약사가 어떻게 살해범이 되었는지 단초를 보여주는데. 

어릴 적 약사였던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는 아버지를 죽이고 다른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였으며, 동생까지 죽여버린 파렴치한이었다. 그리고 색녀였다.


이를 목격한 그놈은 색스럽고 정숙하지 못한 여성들에게 무한한 혐오감을 느끼며 살해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자신의 삶을 지배하며 자신의 삶을 속이며 살아온 것이다.


그 혼귀는 바로 오빠 그놈을 멈춰달라고 시은에게 달라붙은 여동생이었고 그놈이 죽음을 당하자 그 옆에 누워 함께 사라진다.


강력한 영적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직관.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에 대한 영적 끈이 강할수록 더욱 힘이 세진다.


아무래도 실화에서도 아버지가 딸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집념이 강한 만큼 직감적으로 범인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 영화 그놈이다는 매번 스릴 있게 혼귀의 등장으로 오싹하게 스토리를 잘 풀어내고 있다. 


유해진의 연기와 주원의 구수한 부산사투리, 그리고 오싹하면서도 연약한 영매 이유영의 연기까지 잘 버무려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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