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Aug 30. 202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낳은 정 기른 정 그리고 가족의 의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뒤바뀐 아이, 6년을 키웠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피는 물보다 진할까?

낳은 정과 기른 정,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를 기르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가끔 뉴스를 통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거나 게임에 빠져 갓난아이를 굶어 죽게 만드는 비정한 부모 이야기를 접한다. 그들은 부모였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부모란 한 생명의 아버지이자 어머니가 돼야 하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는 적어도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고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아이를 잉태한 순간부터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이가 태어나도 여전히 부모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설 '모성'(저자 미나토 가나에)에서도 자신의 엄마와 달리 모성이 부족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딸과 엄마라는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들여다보게 한다. 모성은 타고난 것이 아닐 수 있다. 학습에 의해 훈련되는 감정일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모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뉴스거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는 6년을 키워온 '내 아이'가 병원에서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부모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논리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기나긴 시간의 끈으로 이어진 기른 정을 따를 것인가의 문제... 이것은 아주 특별한 부모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드라마, 가족

개봉일 / 2013. 12. 19.

러닝타임 / 121분

등급 / 전체관람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진 /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평범했던 일상이 망가져버린 사건

6년 동안 키웠는데 내 아이가 아니라니!


노노미야 료타는 나름 성공한 건축가로 미래가 촉망되는 사람이다. 냉정한 성격에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가부장적인 남자, 반면 아내 미도리는 가정적이고 따뜻한 성격으로 아들 케이타를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 케이타는 아버지와 함께 피아노 치는 시간을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예절 바르고 착한 아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기막힌 소식을 접한다. 상대는 군마 현에서 전파상을 하는 사이키 부부. 아들 류세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혈액형 검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혈액형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조사하던 중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듬뿍 주면서 키운 내 아이가 나의 DNA를 이어받지 않았다니... 이런 기막힌 사실을 듣게 된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지금 내 앞에 있는 나의 아이와 생물학적 유전자를 받은 아이를 견주어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궁금해지는 혈연이라는 관계. 병원에서 만난 두 부부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따져 묻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눈다. 





두 아이의 운명이 걸린 결정...

두 부부는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하는데...


영화는 서로 다른 환경, 교육관과 가치관을 가진 부모와 그들로부터 양육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노노미야 가족의 경우 가부장적이면서도 냉정한 아버지 노노미야의 가치관 때문인지 케이타는 예의범절은 물론 고급 사립학교에 입학하는 등 사교육에 많은 부분이 할애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케이타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기보다 아버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케이타의 노력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엄마 미도리는 항상 따뜻하게 케이타를 안아준다.




반면 조금은 부족하지만 정이 많은 사이키 부부는 예절을 그다지 따지지도 체면을 따지지도 않으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부모이다. 장남 류세이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고 아이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우며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때문에 류세이는 자신을 가두는 듯한 노노미야 가정에서의 생활이 무척 따분하고 힘들어하며 시골 사이키 부부의 집으로 혼자 돌아가기도 한다. 


두 부부는 먼저 아이들과 만남을 자주 갖는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진 다음, 일주일에 하루를 서로 바꾸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진 다음 아이들을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하는데...





6년이라는 긴 시간의 끈,

그것은 낳은 정보다 더 질긴 운명이다.


서로 집을 바꾸어 생물학적 부모 곁에서 지내게 된 케이타와 류세이. 그러나 서로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인지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케이타는 자신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크고 맑은 눈빛에서 노노미야 부부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때마다 사이키 부부는 케이타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케이타의 감정을 어루만져 준다. 




한편 도심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류세이, 자유분방하면서 장난꾸러기로 살아온 류세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고집스러운 성격까지 아버지 료타를 닮았다. 때문에 규율과 규칙에 얽매이는 것에 반항하며 어느 날 자신이 살았던 사이키 부부의 집으로 혼자 돌아가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찾으러 온 료타의 손에 이끌려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는데.. 


이때 료타의 목소리를 들은 케이타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반색을 하다가 자신을 찾지 않는 모습에 실망해 벽장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린 꼬마의 마음에는 아버지는 단 한 명뿐이었다.)


료타는 어느 날 소파에서 케이타가 만들어준 종이 해바라기를 찾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케이타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케이타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가슴 절절히 깨닫는다. 료타는 사이키 집으로 류세이를 돌려보내기로 결심하고 긴 인연의 끈을 넘어 운명이 되어버린 케이타를 다시 만난다.



료타는 시간이 만들어낸 운명의 끈이 더 질기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케이타의 미션을 종료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들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그제야 진짜 아버지가 된 료타는 케이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는 혈연을 선택할 것인가,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부모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관점이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뒤바뀐 가정에서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두 아이들의 관점을 따라가는 것도 볼거리다.



케이타는 어렸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는 아이다.


아버지를 닮아가고 싶은 아이. 그렇기에 무엇이든 잘하고 싶지만 실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고급 사립학교에서 발표회가 있던 날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었지만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항상 엄마는 케이타를 따뜻하게 두둔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는 게 나쁜 것처럼 들리네(료타)

열심히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어(미도리)


아마도 케이타는 엄격하고 냉정한 아빠에 대해 조그만 상처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사이키 집으로 가는 미션이 어쩌면 영구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러 모른 척 가슴에 슬픔을 담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기에 서투른 수줍은 아이는 료타가 류세이를 찾으러 왔을 때도 아빠에게 달려가기보다 자신을 찾지 않은 료타에 두 번 상처를 받고서 벽장으로 숨어버린다.


케이타는 순수한 만큼 예민하고 민감한 성격으로 아버지 료타가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고부터 마음이 흔들린 것을 민감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노노미야 부부가 하는 모든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케이타 입장에서는 료타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고 싶지 않은 때문에 료타가 케이타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는 날, 아버지를 뒤로하고 한없이 거리를 걸어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모든 삶의 중심이 된 사람들, 자신이 닮고 싶어 그토록 애를 쓴 모든 시간이 담긴 그곳이 바로 자신이 존재해야 할 곳이 아닐까?.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부모로서 살아가는 두 부부를 통해 생물학적 DNA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끈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가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가족과 함께 만나기 좋은 영화로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