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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Nov 14. 2019

아버지... 부치지 못한 편지

내 남자 이야기(30)

"아빠!"

당신은 참 싫어 하셨습니다.

"다 큰 놈이 아빠가 뭐냐! 기집애도 아니고"

그런데 벌써 떠나신지 20년인데도 저는아직 아빠라고 부릅니다.


꿈에도한 번 안오시는 당신,

마지막으로 의식만 살아 있을때 혼자서 임종을 지키는 아들을 보면서도 눈길을 피하셨던 당신,

날 그렇게 미워하셨던 당신...

그러나 저는 늘 아빠, 당신의 그림자마저 그립습니다.


아빠,

당신께 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한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당신께 올리는 이 글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합니다.

켜켜이 쌓여있는 제 가슴 속 한이 응어리가 된 채 어느새 당신이 살았던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그것이 원망인 줄 알았는데 짙은 그리움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더욱 쓰다만 편지를 지우고 또 지우게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기억력이라도 나쁘게 낳지 그러셨어요.

아주 어린 시절 꼬맹이때부터 이렇게 흰머리가 나고 주름진 얼굴이 된 지금까지도 당신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니 어쩔겁니까. 당신의 눈을 제 손으로 감겨드린지도 벌써 20년인데... 65세 젊다면 젊은 나이. 저도 이제 그 나이를 바라보고 갑니다.


말 한마디 없으셨어도 제사상 차려줄 놈이라며 늘 대견해하셨던 큰 아들도 못보시고 가셨죠. 솜씨 없어도 그저 예쁘게 바라봐 주셨던 며느리 그리고 두 손주놈, 속썩여 꼴보기 싫다고 그래도 이쁘다고 애지중지했던 두 딸년도 못보시고,평생 찌그락째그락 싸움만 하던 마누라를 멀리서 뒷모습만 바라보며 혼자 웃으시곤 하시더니 그 마눌님도 못보고 가셨습니다.


어떡합니까...

아빠 가시는 길 배웅할 사람이 저 밖에 없는데.

밉다 밉다 하신 그 말씀에 저도 그런 배웅길은 싫었습니다.


"아빠 회사 나가신다. 인사들 해라!"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기억나세요?

  매일 아침 배웅해 드렸던 저희들의 인사.

그런데 눈 감겨 드리고나서 저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어요.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아빠...

이제 용기내서 써 볼랍니다.

아빠한테 들은 얘기, 내가 본 아빠 얘기. 9개월간의 병상일기까지...


생각해보면 참 정없는 분이셨는데...

그거 아세요?

한 번도 이뻐해 주지 않으셨지만 저는 아빠가 참 좋았습니다.

알 수 있었거든요.

쑥스러움 많은 당신이라 겉으로만 아닌척 하신 거...


그때, 당신을 보내드리면서 하지 못한 인사,

계실때 평생 써 보지 못한 글로,

지금 인사할게요..


"아빠... 안녕히 가세요..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사랑 듬뿍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그렇게도 그리워하는 둘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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