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학문 특성상, 대부분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 마음의 선을 긋고 바라본다. 자녀들에게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부모님들은 수학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냥 좋은 성적을 통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반드시 이수해야 할 교과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딱히 설명하기는 복잡하다.
이번에는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 세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난번에 수학은 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만물을 보고 이치를 생각하는 힘에서 시작된 학문이 바로 수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를 내린 학자도 있듯이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사물과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인성을 올바로 기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수학을 공부함으로써 인성까지도 올바른 길로 안내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다.
요즘은 무엇이든지 빠른 결과를 내기를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5G의 빠른 속도, 초고속 배달문화, 빠른 일처리, 서울과 부산을 잇는 빠른 철도, 식당에서의 '빨리빨리'문화....
그렇다 보니 우리의 정서는 빠른 것에 익숙해지고 빠른 결과를 내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무능력하다고 판단하는 시대 흐름 속에 젖어들고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결과가 최우선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결과지상주의로 인해 우리가 지금까지 뉴스로 만난 사건들만 해도 수없이 많다. 그 한 예로 부실공사를 들 수 있는데 빨리 짓고자 하는 욕심에 있어야 할 자리에 설계가 빠지고 써야 할 자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예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어떻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낳게 하고 그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또 다른 부정행위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그들이 배운 것은 과정은 필요 없는 공식 암기가 전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공식이라는 것도 과정이 있기 때문에 도출된 결론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모든 것에는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수험생들에게도 강조되는 것이 빠른 답안 체크다. 그렇지 않으면 제시간에 모든 문제를 풀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중요과목은 시간에 쫓겨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아이들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학과를 열심히 공부하고도 실력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속도전과 결과치에 치중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인내심이다. 기다림에 익숙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도 빠른 속도에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한 속도전을 늘 전쟁처럼 치러내고 있으니 느긋함과 인내심의 미학은 찾아보기 힘이 든다. 특히 도심으로 갈수록 그 양상은 더욱 짙어진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좀 더 빠른 결과를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루어 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여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가 없고 인내심을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그런데 수학을 공부하면 어떨까? 올바른 답을 내기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 풀이 과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결코 올바른 답을 낼 수 없다. 찍는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풀이 과정 중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수정하면서 올바른 답을 내는 과정이 수학이다. 과정이 올바르지 않은데 결코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삶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수학에 녹아 있다. 잘못된 답을 냈을 때 문제의 시작부터 풀이 과정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잘못을 고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문제를 잘 풀고 못 풀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인내심과 끈기, 과정의 중요성 등 인성을 배워가는 학문이다. 그래서 어렵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읽어보고 도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수학을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숫자라는 개념이 아닌 조금은 너그러울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옆에서 조언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