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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Dec 26. 2019

그 냄새는 어쩌라고...!

내 남자 이야기 (44)

불금이다. 오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술과 안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 그날은 회식 메뉴로 홍어와 막걸리로 정했다. 거기에 얼큰한 홍어애탕까지... 온 몸에서 홍어냄새가 숨 쉴때마다 날 정도로 먹고 마시고 달렸다.


밤 늦게 취한 채로 집에 들어 왔지만 그래도 입고 있던 옷에는 패브리지를 뿌려두고 샤워까지 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까톡! 까톡! 까톡! 까톡!

다음날 아침. 현장에서 자료를 요구하는 메세지가 카톡으로 시끄럽게 울려댔다.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였지만 컴퓨터 방으로 어그적 어그적 이동해 의자에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마침 아내는 일을 하다 책상 밑에서 머리를 두고 잠이 들어 있었다.


방이 참 따뜻했다. 혹시 아내가 깰까 조심스럽게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뱃속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살짝 춥게 자는 습관이 있는 내 몸이 갑자기 따뜻한 온도를 만나면서 어제 먹었던 홍어 안주가 장 속에서 제대로 한 판 전쟁이 붙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일단 참고 급한 서류부터 마무리해야했다.

꾸루룩~ 꾸루룩~ 꿀꿀꿀~~~

물 흘러가는 듯한 소리가 한 참 요동치더니 거의 서류가 다 되었을 때 나온 작은 바람 소리. 그러나 묵직하고 진득한 소리.

피쉬....쉬...쉬...


시원하게 뿜어낸 방귀는 속 내장까지 비워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썩은 듯한 홍어냄새가 진하게 올라오는 그 냄새...나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그리고 의자 밑에서 자고 있는 아내가 생각났다.


'아차!!! 이런....낭패가...'


잠든 아내 얼굴 위로 쏟아낸 방귀로 눈을 못 뜨고 괴로워하는 아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악몽으로 괴로워하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자기야. 일어나봐.."

"... 이거.. 무슨 냄새야? 우웩!!"


구역질까지 해대는 아내에게 상황설명을 막 하려는 데, 갑자기 아내는 눈을 크게 부릅 뜨더니...


"가서 똥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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