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서울은 스타병에 걸렸다. 스타병이 무언가. 지가 지보다, 또 남보다도 낫다고 믿는 것이다. 남들이 기꺼이 제게 봉사하고 희생하며 나아가 숭배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 질병은 실상을 잊게 하고 현실과 괴리시켜 궁극적으론 병자를 고립시킨다. 주변을 괴롭게 하고 스타 자신을 망친다.
서울은 중증 스타병자다. 공과금도 내본 적 없고 은행업무도 본 적 없다는 몇몇 스타들이 그러하듯, 먹고 싸는 일조차 남의 손에 의지한다. 2012년 밀양송전탑사건을 기억한다. 촌에 사는 할매할배들을 길바닥에 드러눕게 한 이 사건의 본질은 대도시가 멀찍이 떨어진 시골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기현상에 있었다.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쓰기만 한다. 스타는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는 법, 끝모르고 이어지는 송전탑이 백년 마을을 짓밟고, 하청에 하청으로 고용된 화력발전소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죽어나갈 때조차 서울은 그저 저 멀리 떨어진 안타까운 일 쯤으로 치부할 뿐이었다.
폐기물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은 제가 배출하는 쓰레기조차 알아서 처리하지 못한다. 서울 밖까지 실어나른 뒤 남의 땅에다 묻고 태우는 것이다. 쓰레기를 그득그득 채워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가 하루에만 천 대 가까이 된다. 매립할 땅도 더는 없어 넘쳐나는 폐기물을 몰래 묻고 태우고 바다에, 섬에, 타국에 버리는 일이 횡행한다. 그 온갖 추잡함이 서울의 것이 아닌양 서울은 오늘도 넘치게 먹고 마시며 쓰고 웃는다. 그러면서도 제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는 이들을 촌스럽고 추잡하다 손가락질하니 그 악업을 대체 어찌 감당할 것인가.
인간이 쓰레기와 얼마 다르지 않은 세상이다. 서울놈이라 해도 죽고 나면 가까이는 성남, 멀리는 천안까지 실려가 뼛가루가 된다. 제 사람 태우는 일조차 남에게 미루는 이 지독한 병증을, 존엄일랑 찾아볼 수 없는 이놈의 현실을 나는 늘 끔찍하게 여겼다.
잼버리 사태는 스타병 걸린 서울과 이를 오냐오냐 방치해온 자들이 빚어낸 한 판 촌극이다. 쓸만한 건 죄다 서울이 깔고 앉은 판에서 남은 곳은 이전투구를 벌일 밖에 없다. 한두 개씩 던져지는 고깃덩이를 놓고 잔뜩 굶은 개처럼 으르렁댄다. 온 힘을 다해 고깃덩이를 쟁취하면 내일모레 먹을 것을 따지지 않고 아무렇게나 뜯어댄다. 그로부터 누군가는 더욱 배를 곯고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지만 알 게 무어란 말인가. 서울바라기들이란 그 무식함과 무도함까지 닮고만 싶어하는 것이다.
지방은 미래를 잃어간다. 끝도 없이 늙어가는 이들 지역은 서울로 보낼 것과 서울이 뱉어낸 걸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스타병 환자는 주변을 돌보지 않고, 무시당하는 간병인은 환자를 위할 일 없다. 그리하여 빚어진 각자도생의 대환장 파티를 누구의 탓이라 할 것인가. 재정자립도 이할을 가까스로 넘긴 지역 앞에서 미래와 명예를 운운하는 서울인의 일침이란 얼마나 가당찮은가. 사흘을 굶었는데 식사예절을 지키며 천천히 골고루 먹으라니 면전서 침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다. 일회성 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사업비를 키워서 한탕 해먹는, 이제는 흔하디 흔한 수법이 내 눈에는 기아상태에 빠진 자가 폭식에 중독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잼민인가 잼버린가는 어차피 한 번 보고 끝날 사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뽑을 수 있을 만큼 잔뜩 뽑아먹는 것도 합리적인 일이다. 공감력 좋고 섬세한 자들이 서로를 감싸고 토닥이며 손흥민 경기를 보고 와이너리에서 목을 축인다. 꿈만 같은 그 여행을 끝내고 나면 다시 스타병 환자의 종복이란 현실 가운데 오욕을 참고 쫄쫄 굶는 시간을 견뎌내야 할 게 아닌가. 영광은 짧고 굴욕은 기니 누릴 수 있을 때 바짝 누리자는 가난한 생각을 자립도 이할의 노예는 버릴 수가 없는 일이다.
노예제 시대에도 미덕이랄 게 있었다면 노예의 잘못이 주인의 탓이라 믿는 태도는 아니었을까. 노예제며 식민제가 사라졌다 믿는 이 위선적 시대에는 수발드는 이의 잘못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안다. 스타병 걸려 우쭐하는 자들이 수발드는 이 가운데 태어났다면 그들이 욕하는 자와 다르지 않았으리란 사실을 말이다.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개인만 보는 건 몰상식한 일이다. 모든 사건엔 사회적 맥락이 있고 비슷한 사건이 반복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장 내일 폐지돼도 늦을 여가부야 그렇다쳐도 스타병환자는 가만 두고서 매니저들만 족치는 이놈의 세상이 나는 몹시도 못마땅하다 이말이다.
2023.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