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그 무렵 네게 배운 그 구절을 나는 몹시도 좋아했다. 마침내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으니 이제야말로 읊을 때가 되었다고 나는 즐거워했다. 잔을 들고 나는 말했다. 꽃 피면 비바람 잦고, 그러자 너는 잔을 내 잔에 부딪고는 내가 마저 외우려던 뒷부분을 빼앗아 읊었더랬다. 인생에는 이별이 많더랬지. 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언제나 이 순간이구나.
여적 나는 꽃을 보면 인생부터 떠올린다. 오늘처럼 비바람 부는 날엔 빌어먹을 이별들을 곱씹는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한 잔 술이 두려워서 우정도 사랑도 제대로 붙들지를 못한다. 지나치는 아무거나 마음에 들라치면 옷깃을 잡아채어 곁에 앉히던 그 시절 우리가 나는 혼자 그립구나.
그리고 나는 너에게 들려주고픈 구절을 또 하나 찾았다.
백거이가 지는 꽃잎을 보고 적은 첫 구절 말이다.
잡을 수 없는 봄이지만 머물렀으면.
그도 나도 잡을 수 없단 걸 안다. 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한 봄이 그 앞전에 몇 번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머무르길 바란다고 썼다. 어쩌면 잡겠다고 일어나 헛된 모양을 보였을 수 있겠다. 누군가는 추하고 어리석다 웃을테지만 나는 그것 또한 삶이고 우정이며 사랑이라 여긴다. 그리하여 어느날 내가 너의 신과 만난다면 세상엔 반드시 머물렀어야 했던 어떤 봄이 있었다고 잔뜩 늘어난 그 멱살을 잡고서 이리저리 흔들어줄 것이다.
2023.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