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철학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여자라서도 아니다. 그대가 숭상하는 페미니즘과 어려운 이름의 학자들도, 파리의 어느 학교도, 지도교수나 밟아온 이력, 읽은 책, 둘러싼 사람들도 문제의 근원은 아닐 것이다. 매일 조금씩 닫히려는 문을 나는 악착같이 붙들고서 노력한다. 단정하지 말자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그리하여 나는 거듭 논문을 읽고 질문을 했다. 그럴때면 그대는 자격과 저의를 논했다. 논문은 학자들이 보는 것이고, 비판은 논문으로 하는 것이라고. 어느 유튜버에게 사과를 시키려는 목적에서, 또 논문을 철회하게 하기 위해 기사를 쓰고 있다고. 여성 혐오 물결에 편승하려 하고, 논문을 폄하하려 한다고. 어느 하나도 이치에 맞지 않다.
학자는 기자와 동류다. 진실을 밝히고 거짓을 들춰내며 이미 아는 것조차 꾸준히 의심한다. 지식 앞에 겸허하고 잘못을 바로잡거나 권위를 비판하는 걸 꺼려서는 안 된다.
나는 그대가 아무리 학자같지 않을 때도 그대를 학자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논문을 수차례 다시 읽고 인용된 문구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뜻을 살폈다.
그대는 어떠했나. 내가 가장 기자같을 때조차 그대는 나를 기자로 대하지 않았다. 자격과 전공을 논하고, 뒤에 깔린 없는 의도를 만들어내며, 이제는 소송으로 겁박하고 있다.
나의 목표는 그대가 아니다. 적잖은 언론이 그대의 논문을 다루었고 그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될 태도를 보였기에, 그럼에도 어느 하나 나서서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대의 논문을 읽었다.
그대가 온갖 곳에 내가 그대를 폄하하기 위해 거짓된 기사를 써낸다고 하여도 대항하지 않았다. 온갖 사람들이 그대에게 나를 모욕하여도 항의하지 않았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내 역량이 충분하다면 그 안에 담긴 뜻이 전해지리라 믿어서였다.
불행히도 우리들의 세계엔 사이비가 횡행한다. 같아보이지만 같지 않은 해로운 것들, 진실을 위협하고 거짓을 키우는 게 사이비다. 마땅히 진실을 숭상해야 할 학계와 언론 가운데도 사이비가 있다. 기자와 학자는 모름지기 사이비를 경계해야 하는데, 우리가 게을러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탓이다.
집요하게 문제를 다루면서도 본질에 다가설 생각은 않는 자들, 불필요한 소음만 양산하고 갈등을 키우는 자들을 나는 경계한다. 그런 자들이 하지 않는 것, 불편하고 피곤하여 모두가 꺼리는 것을 나는 하려고 한다. 수달 째 지속된 소모적 논쟁 가운데 논문을 학술적으로 파고든 언론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건 민망한 일이다. 이제야 그 일을 겨우 시작했으니 그깟 위협에 굴할 수 없다.
나는 문을 닫지 않으려 한다. 사과할 의향을 묻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답을 정해놓아서가 아니라 그대를 존중해서였다. 내가 상대하는 이가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학자이길 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끝내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관련자들에게도 나는 문을 닫지 않으려 한다. 거듭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고 문을 두드려 의견을 구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나의 지난 기사들은 어느 논문의 오점을 지적하고 어느 학자들을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약자를 매도하는 언론을 제지하고, 침묵하는 학자들의 양심을 깨워야하지 않겠는가.
학자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언론의 책임과 양심을 붙들고서 기사를 쓴다. 내가 몸담은 곳도 마찬가지리라 믿는다. 그러니 끝난 게 아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하루1gram #좋은사람되기 #일스타그램 #글스타그램 #취재스타그램 #파이낸셜뉴스 #김성호기자 #철학연구회 #윤지선교수 #관음충의발생학 #한국남성의불완전변태과정의추이에대한신물질주의적분석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논문 #학자 #언론 #기자 #보기보다가까이있는건사물만이아니다 #진실과양심도보기보다가까이있다 #마음을열고 #포기하지말고 #차분한마음으로 #계속가즈아
https://www.instagram.com/p/COVFYv6s4md/?igshid=1tg3qgsv9b4k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