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뭐라도 돼야 한다

단상

by 김성호

생각이 본능이 될 때까지 나아가고 또 나아가겠다 결심한게 언제인데 공용화장실 더런 거울에 비친 너의 모습은 제 철에 앞서 기어나온 매미마냥 비루하기만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는 알겠는데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다던 그 적막한 문장을 너는 기억하는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이 세상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내지르던 너의 처절한 비명을 나는 기억한다. 그 후로 얼마나 많은 밤들을 힘겹게 버텨내야 했는지 아느냐고? 애송이처럼 굴지 마라. 언제나 그렇듯 버티기만으론 부족하다.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조금도 중요치 않다. 네가 그 순간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심장이 입을 뚫고 나올 것 같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대충한다는 건 없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뭐라도 해야 하고 무엇이라도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네가 걸 것이라곤 목숨밖에 없느니.


2009. 3
김성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