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모두를 지킨다고 믿는다. 그린피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단체다. 포경선의 고래 학살부터 핵무기 실험과 방사능폐기물 무단투기, 해저 석유시추, 심지어는 미세먼지 발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 방위적인 환경투쟁을 벌였다.
한때 그린피스 환경감시선들은 전설이었다. 포경선과 고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배를 몰아가고, 쏟아지는 방사능폐기물을 온 몸으로 막으며, 기업은 물론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강대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들이 억류됐다 탈출한 항구가 몇이며, 구해낸 고래와 저지한 핵 실험, 막아낸 방사능물질 투기가 또 얼마였는지! 1993년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동해상 핵폐기물 투기를 막아낸 중심에도 이들이 있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두를 지켜왔다.
레인보우 워리어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중에서도 특별한 이름이다. 파괴의 날이 도래하면 지구를 구하려 무지개 전사들이 나타난다는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서 이름을 딴 이 배는 1985년 7월 1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항에서 예기치 않은 최후를 맞았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출항하려는 이 배를 밤중에 폭파해버린 것이다. 프랑스 비밀요원이 배 양 편에 몰래 붙인 폭탄이 터지자 배는 4분 만에 물에 잠겨들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포르투갈 사진가 페르난도 페레이라가 목숨을 잃었다.
깊은 상처였지만 그린피스는 굴하지 않았다. 많은 위대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 그렇듯, 외부의 공격은 이들의 목표를 더욱 선명히 할 뿐이었다. 4년 뒤 출범한 레인보우 워리어 2호는 무려 21년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퇴역했다. 그 뒤를 그린피스가 직접 설계한 친환경 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3호가 이었다.
지난 7월 싱가포르 해협에서 크리스탈호는 레인보우 워리어 3호와 만났다. 수많은 배가 오가는 바다의 길목에서, 그린피스의 영광된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레인보우 워리어 3호의 순항을 기원했으리라. 내가 그러했듯이.
페르난도 페레이라와 존 캐슬을 추모하며.
2018.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