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한 줄 시가 목숨보다 귀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삶 전체가 한 구절 보들레르보다 못하다'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던 시절이었다. 스스로가 드문 재능을 가졌다고 믿었고 빛이 사라지기 전에 어떤 결정을 빚어야만 한다며 조급해했다. 내 모두를 녹여서라도 빛나는 무엇을 써낼 수 있다면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하였다.
돌아보면 모두 헛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던가. 시 한 편이 커피 한 잔보다 못한 오늘에 부닥쳐서야 나는 내 지난 시간을 안쓰러워 한다. 나는 어째서 쓸모없는 열망에 나를 갈아넣었나. 개나소나 아무 글이나 써갈기는 세상에 분노하면서 진짜를 써야한다고 고집했던 건 오만이고 아집이 아니었을까. 결국 내가 파묻고 지워버린 또 훔쳐지고 더렵혀진 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작가라고 부르지 못한다.
글을 쓰는 게 괴롭다. 글 같지 않은 글도 마찬가지다. 괴로우니 밀리고 밀리니까 더 괴롭다. 이제는 아예 시도 소설도 쓰지 못한다. 고작 쓰는 게 평론이고 기사인데 그것마저 버거워하는 내가 또 싫다. 애써 습작지를 밀어놓고 하루하루 뭉개버린다. 써봐야 다시 또 구겨질테니 흐르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 이제 시도 소설도 놓아버리면 어떨까 싶다. 이만큼했으면 충분히 하지 않았나.
2019. 2. 2. 토요일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