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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나는 내가 부서지도록 놔두지 않는다

단상

by 김성호

폭음을 하고 몇번 토하고 괴로워하다 부닥치듯 만난 아침에, 나는 내가 꽤 멋진 인간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아무도 아닌 누구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피를 토하는 마음이 되든 어떻든,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다. 이미 나는 거의 필사적인 마음을 안고서 좀처럼 당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순간들을 긍정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지난 개 같은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 헤쳐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부서지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지랄맞은 오늘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꼭.



2019. 2. 8. 금요일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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