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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쓴 글 반응 확인하기

단상

by 김성호

배를 타고 돌아와서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내가 쓴 글의 반응을 꼭 확인한다는 것이다. 전엔 스스로의 평가 외엔 어떤 것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제는 작은 댓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한때 나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녀석이었다. 내 이름 석자도 갖지 못하고 저들이 원하는 글만 써주던 시절이었다. 어쩌다 팬레터나 선물이 들어와도 알아서 처리하라며 던져두었고, 꼭 한 번 만나보자는 이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다. 내 이름자 갖지 못한 게 어찌나 서러웠는지, 나중엔 꼭 이름 석자 앞에 세우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겠다 다짐했었다.


김성호 기자, 김성호 작가, 김성호 평론가라는 이름도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그 많던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가 와르르 무너지고 남아 있는 매체에선 글만 제때 들어오면 이름을 걸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나는 내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게 그렇게도 좋았다.


마음이 편해지고 또 마음이 아파지니 댓글을 읽는 시간이 늘어난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은 기분을 가진다는 게 좋다. 가끔은 너무 좋아서 그저 좋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불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행복을 찾다니. 웃기는 일이다.


2019. 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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