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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마침내는 나의 자랑이 될 것이다

단상

by 김성호

열심히 산다. 일을 하고 영화평을 쓰며 모임과 팟캐스트를 이끈다. 이제껏 없었던 무엇을 만들고 어제와 다른 나를 향한다. 가끔은 실패하고 자주 성과가 나지 않지만, 나는 열심히 포기하지 않는다.


성과가 나지 않는 무엇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익숙치 않은 곳으로 나아가는 건 더욱 그렇다. 경계 바깥의 미지와 마주쳐야 하고 자꾸만 무질서로 향하는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문제들과 마주해, 문제 그 자체보다 해결책에 집중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세상에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열에 아홉은 되는 것 같다.


포기하면 편해질 것을 무얼 위해 짊어지고 가는가. 나는 매일 나와 마주앉아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왜 우주는 팽창하며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은 존엄한가. 인간이성을 뛰어넘는 질문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믿음이다. 나는 그와 같은 믿음이야말로 한 사람의 가치를 내보인다고 확신한다. 나와 내가 존경하는 이들의 믿음이 그렇다.


그저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일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속한 모든 곳에서 유능한 사람이었고, 서로 다른 많은 분야에서 이를 입증했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팀을 이끌었고 쉽게 달성할 수 없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돌아보면 그 모두가 내 가진 장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나를 나아지게 했는가?


이제부터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마음을 얻고 과정을 나누며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모임과 인터뷰, SNS따위를 하는 게 여전히 버겁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 수없는 거절이 기다릴지라도 거듭 제안하고 또 제안할 것이다. 민망하고 불편하며 창피할지라도 나는 그 길로 갈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그 길을 나의 자랑이라 부를 것이다.



2019. 6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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