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덕지덕지 달라붙은 이 세상이 가끔은 따분하다. 온 힘 다해 부대끼는 인생들도 시시해만 보인다. 가지 않은 길이든 걷고 있는 길이든 풍경은 적막하고 살벌하여 좀처럼 정이 붙지 않는다. 흔들림 없던 열망조차 어느샌가 흐릿하니 삶은 꼭 살아내야 하는 건지 알쏭달쏭 알 길 없다.
기자는 매력적인 일이다. 세상사 관심 없는 나조차도 즐거움 비슷한 무언가를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여지껏 이 일을 하는 거다.
가장 즐거운 건 거스를 때다. 막는 것은 뚫고 세찬 것은 꺾는다. 끊으려하면 잇고 자르려 하면 붙인다. 인정하고 사과하면 지나갈 것을 어르고 달래며 몰아치고 찍어누르니 거스르는 맛이 솟구친다.
매일 거스를 것 어디 없나 여기저기 헤집던 나다. 거스름을 즐기는 게 기자의 자질이라면 썩 나쁜 재목도 아닐 것이다.
2020. 1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