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어째서 사람은 사람에게 무례한가. 모두는 아니라도 대부분은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다시 기자를 할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내게 남은 기자직은 고작 한달 남짓이다. 그동안 의미 깊은 보도를 해내고 싶어 주의 깊게 선정한 이런저런 이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오늘은 개중 3팀을 만났는데, 썩 즐겁지만은 않은 경험을 하여 이렇게라도 털어내려 한다.
오늘 나는 3팀 모두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당신을 모르는 것처럼 당신들도 앞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당신 앞에 앉은 이가 당신 생각보단 나은 기자일 수 있으니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달라고, 나 역시 확실히 알지 못하는 당신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하니 이 면담에 나왔다면 당신 역시 그래야 한다고.
하도 겪어서 이미 레파토리화된 이 대사는 상대가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을 무시하는 자세로 일관할 때 내뱉는 것이다. 제가 누구누구를 알고 누구누구와 친하며 김기자나 파이낸셜뉴스 같은 곳이 제 활동을 다루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따위의 말들, 도대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립되고 소외되었으면 저를 만나겠다고 먼 길을 찾아온 이의 면전에 대고 이 같은 말을 지껄일까 싶다.
인내심을 갖고 사내답게 말한다. 나는 너를 존중해 이곳에 왔으니 만나기로 하였다면 당신도 나를 존중하라고. 나는 네 생각보다 나을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버린다면 너는 어리석은 인간이라고.
앞에선 당당하였으나 속마음은 짜증스럽다. 하루 3건 면담에서 연속해서 같은 무례를 겪었으니 더욱 그렇다. 네가 그토록 대단했다면 어째서 지금 나와 대면하고 있느냐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사그라든다.
다행인 건 무시하고 의심하며 깎아내리는 말이 도리어 내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은 듣기 좋은 말만 던지는 이들 앞이 아니다. 기분을 상하게 하고 다른 이들과 견주며 깎아내리려는 이들 앞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회의와 의심을 꺾고 납득시켜 인정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쥔 안건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재료임을 알게 하여야 한다.
빤한 사람들과 만나 뻔한 얘기만 들으며 성공하는 취재만 하는 기자는 가치가 없다. 고작 30일 남은 시한부 기자의 삶, 분노는 알코올로 삭히고 내일은 내일의 취재를 해야지.
2021. 5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