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고용했다 생각해야지

단상

by 김성호

퇴사하는 날 상을 받는 심정이란. 그래, 심정이란 단어가 어울리겠다.


애정하는 회사를 제발로 나가는 걸 두고서 누구는 고집이라 하고 누구는 도전이라 하더라. 따져보면 둘 다 틀렸고 자긍심의 문제일 뿐. 애정할 때 떠나야지, 욕하면서 지낼 각오가 도통 서지 않는 걸 어째.


그나저나 앞으론 무얼 한담. 내일부턴 꼼짝없이 백수일텐데. 나는 과연 그 불안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도 해보고는 싶었지만, 망가질래야 망가질 수 없게끔 하는 가치관이며 경험이며 실력 따위를 나는 이미 차고 넘치게 갖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와 김성호와 기자가 이별하였다. 개중 가장 많이 잃은 것이, 그리하여 슬퍼해야 하는 것이 꼭 나인 건 아니지 않나 생각하였다.


백수라기보다는 내가 나를 고용했다 생각해야지. 저평가우량주나 개발대상 토지는 알지 못해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기자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만큼 나아갔다. 더 나아갈 수 있었음이 못내 아쉽지만 부족한 건 실력이지 노력은 아닌 것이다.


이별 끝에 돌아보니 지나온 발걸음이 부끄럽지 않더라. 여기서 안녕.



2021. 6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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