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도 그게 꿈이라는 걸 알아차렸으나, 언제고 일어날 일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내게는 불행한 일이나 다른 이들에겐 즐거운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악몽은 아닌 거겠지.
얼어붙은 육교를 기어오르다 포기하고 내려갔다. 러시아의 눈쌓인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누군가 아는 이가 있을 곳으로 걸었다. 구멍가게엔 한국인 할아버지가 있었다. 나는 흥정을 하였으나 무엇도 사지 않았다. 그가 내게 포도를 나눠주었다. 이름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내 이름을 다정히 부르고는 내게 어서 누군가를 만나라고 하였다. 그러자 생생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토록 떠올리려 해도 흐릿해져 가던 얼굴이 어떻게 그리 선명했는지 좀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를 만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전혀 다른 두 개의 꿈을 연달아 꾸었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꿈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나는 울고 말았다. 슬픔이 몹시 복받쳤는데 다 울고 나니 내가 왜 우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2021. 9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