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가 그들의 몰락보다 늦지 않기를
단상
언중위에서 이겼고 연구부정행위도 인정됐고 유튜버에겐 피해보상까지. 이 건은 그렇게 종료.
수술실엔 CCTV가 달렸고 의료사고가 생기면 영상을 열람 가능. 이 건도 그렇게 종료.
종합병원급 여러 곳에서 간호사 근무복을 개별 세탁이 아닌 기관세탁으로 변경. 이 건 역시 긍정적 변화.
아동학대 의심 사건에선 추가비용 부담 없이 보호자가 CCTV를 열람할 수 있게끔 지침 변경. 이 건도 그렇게 종료.
부조리 고발 등 기관장 심기를 거슬렀다가 보복성 소송을 당한 분들도 줄줄이 승소. 이 건들도 그렇게 종료되어 가는 중.
연근해에서 보고 않고 입출항하며 통신장비 고장이라 거짓부렁 남발하던 사례도 대폭 감소. 이 건도 그렇게 변화 중.
아들 잃은 어머니가 고발한 성형외과 유령수술, 이른바 권대희 사건도 유의미한 성과. 형사 2심에선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 선고. 충분치는 않지만 분명한 성의가 보였던 판결. 집도의도 마취의도 유령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까지 분명하고 엄중하게 유죄가 선고. 유령수술은 의료사고가 아닌 엄연한 의료범죄로. 간호조무사며 말단 의사라 해도 책임을 피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목소리. 가해병원 측 변호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던, 지독하게 냄새나는 불기소 결정을 내린 그 검사는 마침내 사직. 검찰이 따로 징계를 내리진 않았고 로펌에서 승승장구하시겠으나 그의 양심이 그가 한 일을 기억할 것이라 믿기로.
세상에 호전되지 않는 병이 있다는 건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 병과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된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버텨주기를. 나의 속도가 그들의 몰락보다 늦지 않기를.
2022. 6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