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시48분. 은근히 스민 어둠 사이로 등불이 톡- 하고 켜지는 시간. 가끔은 불이 내는 소리를 상상하며 집 밖을 나서고는 해. 어둠이 적절히 묻어난 순간 빛이 켜지면 지나던 사람 모두 다 하늘을 올려보지. 개중에는 뭐 떨어진 거 없나 종일 바닥만 쓸던 할머니가 있고 제 중간고사 점수처럼 책상에 코를 처박고 울던 여중생도 있어. 말하자면 구원도 절망도 찰나에 이뤄지는 거야. 단 한 번이라도, 그래 단 한 번이라도 불이 켜지는 순간을 목격한 적 있다면, 그는 길을 지날 때마다 한 번씩은 꺼진 등불을 올려보겠지. 빛을 본 적 있는 사람은 모두 같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는 해. 내일도 모레도 조그만 어둠이 나릴 때면 하나둘씩 여기 나와 불빛이 내는 소릴 엿듣는 이웃들을 상상해봐. 그 소리가 즐거워서 나는 눈 밟은 고양이처럼 통통통 튀어다니고 머리 나쁜 강아지는 제가 들은 발소리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컹컹컹 짖어대는 거지. 그러다 진짜 주인이 다가오고 그 손엔 족발 대자가 들려 있고 나는 그 족발 냄새를 맡다가는 그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시키지 않는 나의 친구는 수화기 너머에서 이렇게 외친다고. 족발 중짜 들어간다. 먼저 먹지 말고 기다려. 그러면 나는 지키지 못할 맹세를 하고 가로등 불빛 아랠 거닐며 족발을 기다리지. 이게 우리집앞 골목길 풍경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이 순간들을 기억할 거야.
2022.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