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판단을 한다. 제가 판단을 하는 줄 알고 그 판단을 정교히 하려 노력하는 이와 그조차 하지 않는 이로 나뉠 뿐이다. 제 판단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와 가만히 속에 감추어 두는 이로 나뉠 뿐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모든 판단의 결과는 밖으로 비어져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룬다.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감춰진 채로 모든 판단이 우리 앞의 세상을 나누고 재단한다. 그리하여 세상엔 너무나 많은 하찮은 판단이 범람하게 되었다. 편견이며 고정관념이라 이름붙이기도 민망한 그 못난 판단들 사이에서 나아갈 길을 찾기란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단을 더욱 정교하고 유연하게 하며 수많은 판단으로 어느 하나가 앞질러 지나치지 않게 다잡으려 한다. 나의 부족한 지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자세가 그런 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믿는다. 판단은 적극적으로 하되 결정은 마지막까지 늦추는 사람, 나는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다. 제가 판단을 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그 판단에 의지해 온갖 결정을 내리는 인간, 나는 이런 인간들도 그야말로 수없이 만나보았다. 사람이란 결국 그 사이 어디에선가 살아가는 것이다.
2022.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