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영 꽝이올시다

단상

by 김성호

종로 청운동에 한옥 도서관이 있다며 잡아끄는 친구 따라 방문했다. 기대는 곧 실망이 되어 가지 않느니만 못했다. 한옥에 대한 자부심이며 문학에 대한 애정을 여기저기 강조해두었으나 그 꼴이 얄팍하여 정취가 살지 않은 탓이다. 도서관이라 한다면, 그것도 한옥과 문학을 표방하는 도서관이라 하면 옥죄는 정숙함보단 자유롭고 호쾌한 정신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굳이 인공으로 폭포를 조성한 건 흐르는 물 곁에서 발을 담그고 글을 나누는 옛 정서를 따르겠단 의지일 텐데 보통의 대화에도 벌벌 떨며 정숙을 강요하는 것이 본질을 버린 형식만 남은 듯해 불편하였다. 그러고보면 이 도서관이야 말로 형식만 따르고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어찌된 한옥 건축물이 편액은 내던지고 손을 맞이하며, 기둥엔 주련 하나 걸지 않은 데다, 기와만 올렸다뿐이지 내부는 한옥의 멋을 조금도 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누가봐도 정자인 것을 누각이라 표시하고, 안에서 쉴라치면 사진만 찍고 비켜달라 안내하는 것이 도무지 시며 소설을 논할 곳이 못된다. 가짜 연못에 연꽃을 박아두고 인공으로 폭포만 마련하여 사람들이 와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우와 여기 인스타 핫플이다 종로구 멋져 킹왕짱 해주길 기대한 듯한데 그래서야 이곳이 맑은 구름이 머무는 문학의 전당이 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명색이 한옥의 멋을 표방하면서도 담장에 올린 기와는 막새 하나 두지 않고 시멘트로 막아놔서 볼품이 없다. 진입로엔 주민공모를 받았다지만 제주 가옥에나 있는 정낭을 두어 정체성을 혼란케 한다. 방치된 세미나실이며 특색없는 열람실과 아무렇게나 마련된 발코니도 이 도서관의 혼종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거기다 정숙이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건물 밖에서까지 정숙정숙정숙을 찾아대니 이곳은 문학이며 예술을 아는 이가 아닌 예의만 바른 힙스터들을 기다리는 공간이 아닌가 말이다. 대저 형식과 내용은 호응하는 것이어서 품격 있는 장소에 멋진 이가 모이게 마련인데 이곳은 영 꽝이올시다. 청운과 문학과 도서관이란 말이 아깝다.


2022. 9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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