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볍게 나간 모임에서 센 질문을 받았다. 평범하게 사느라 평범이 무언지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하면 창피한 일이다. 다른 이의 답을 들으며 나의 평범을 곰곰이 떠올린다. 그렇게 얻은 결론을 여기에 풀어보니 당신의 평범과 얼마만큼 닮았는지 대어보길.
나의 평범이란 비범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가끔은 비범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평범에 앞서 비범이 있고, 비범이 무언지부터 답하는 게 평범을 맞이하는 순서일 테다.
나의 비범은 나를 내려두는 것이다. 나를 내리고 다른 무엇을 올리는 것이다. 나의 이익, 나의 선호, 나의 취향보다 다른 무엇을 앞세우는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인간의 진면목은 선택의 순간에야 드러난다. 비범이 제 모습을 내보이는 것도 바로 그 선택 앞에서다.
선택을 앞에 두고 인간은 고민한다. 한 쪽엔 가능성이 있다. 이러이러하면 저러저러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우리는 선택에 이른다.
어떤 선택도 결과를 알기 전엔 내릴 수 없는 것이고, 삶이란 건 뜻대로는 되지 않는 것이어서, 우리의 판단은 수시로 빗겨나갈 운명이다. 그 순간 주저앉아 후회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때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때 그 회사를 관두지 않았다면, 그때 이 가게를 열지 않았다면, 그때 다른 학교에 입학했더라면, 그때, 그때, 그때. 수많은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는 후회하고 만다. 가능했던 무엇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능성을 따져 내린 선택도 실패한 것이 된다.
반대편엔 가치가 있다. 될지 안 될지를 따지지 않고 해야만 해서 하고마는 결정들이 그로부터 비롯된다. 때로는 인류애가, 때로는 애국심이, 또 때로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때로는 혐오가, 때로는 차별이, 그야말로 온갖 것들이 가치를 이룬다. 가치를 따르는 선택이란 선택하는 그 순간 달성되는 것이어서 결과를 따지지 않고 성공한 것이 된다. 뜻이 변치 않는 한 후회가 남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다시 해도 그와 같이 결정할 것이므로.
난민들 탄 뗏목 향해 타를 꺾은 선장이 있다. 포탄 떨어지는 전장으로 기꺼이 나아가는 기자가 있다. 제 구명조끼를 벗어 학생에게 건넨 어른이 있다. 살아서는 못 나올 줄 알면서도 당당히 나아가는 장수가 있다. 모든 가치가 따를 만한 것은 못되지마는 가치를 좇는 결정이란 인간을 다시 보도록 한다. 나는 그와 같은 풍경을 가리켜 비범하다고 말한다.
가능성을 따진다는 건 무엇이 이익이 될지를 짚어보는 일이다. 내게 득이되는 일, 가족들에게 좋은 일, 내 친구와 고향과 회사에 보탬이 되는 일, 대개가 그렇다. 나는 그를 평범이라고 이른다.
우리는 흔히 비범한 결정은 비범한 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밀어두곤 한다.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다르다. 인간은 선택의 순간마다 평범과 비범 사이에 선다. 오랫동안 평범했다가 어느 순간 비범해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늘상 비범했으나 한 순간 평범해지는 이도 있다. 말하자면 비범도 평범도 영원한 특질이 아니라 순간의 현상에 가깝다. 때로는 위대한 이조차 가능성에 매혹되고 형편없는 인간도 비범함을 만지작거린다. 나는 그 사실이 인간에게 희망을 허락한다고 믿는다. 세상 가장 보통의 존재도 얼마든지 비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2. 9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