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한 일이 생각할수록 경악스럽다. 축구협회는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을 취소하기로 했고 어제까지의 내 단골 술집은 자정이 넘어 술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술도 마시지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기쁘고 슬픈 마음조차 나라가 마음대로 정해야 한다면 나 같은 놈은 이 답답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라가 나서 애도기간을 지정하자면 대한민국은 매일이 애도기간이어야 할 것이다. 4일 울산 산업설비 제작업체에서 철제구조물이 추락해 50대 노동자가 죽었다. 5일엔 오봉역에서 30대 ktx직원이 열차에 치여 죽었다. 7일엔 전자기기 공장에서 에어컨이 폭발해 60대 노동자가 죽었다. 같은날 제조업체서 일하는 20대 청년이 1톤 넘는 철제코일에 눌려 죽었다. 8일엔 슬러지탱크에 들어간 30대 작업자가 슬러지에 파묻혀서 죽었다. 끼여죽고 떨어져 죽고 묻혀 죽고 눌려 죽고 질식해 죽고 치여 죽고 괴롭힘당해 죽고 매일이 하루같이 죽어나간다.
7일엔 해병대 하사가 총상 입은 시체로 발견됐다. 올해만 오십 넘는 군인이 군대에서 죽어나갔다. 다친이는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나라가 군에서 죽은 이를 애도하고 다친이에게 보상하는 걸 나는 얼마 보지 못했다. 치료비가 없어서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도 전역하지 못하는 이가 있고, 보훈처를 상대로 칠순 노모가 팔순이 되도록 일인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는 이십년이 넘는 투쟁 끝에 죽은 자식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어낸 이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국가가 나서서 그 죽음에 애도를, 희생에 경의를, 수고에 감사를 하였단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에 온 나라가 슬퍼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이 애도기간이어야 마땅하다. 애도하고 책임을 규명하고 개별적 고통 앞에 무릎꿇고서 머리숙여 사죄해야만 한다.
청와대 개방특집이라며 대통령 내외를 출연시킨 공영방송 프로그램이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단 듯 쾌지나 칭칭나네 노래부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는 이것이 공영방송이며 언론의 태도가 아니라고 말하였으나 세상 섬세하여 불편한 일도 많은 어느 기자는 확대해석이라고 답하였다. 어느 신랄하기 짝이 없는 언론사는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고도 하였다. 수백의 죽음을 두고서 기다렸단 듯 서로 칼질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대체 누가 진정으로 죽어가는 백성을 애달파 하는가를 생각하였다. 현장엔 기자가 없고 변방엔 관리가 없으며 닦은 재주따윈 쓸모가 없으니 달이 피를 흘리고 모습을 감춘대도 하등 놀랄 것이 없겠다.
2022. 11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