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선사 좌불상이 돌보는 나짱의 평화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by 김성호
KakaoTalk_20231022_122827365.jpg


나짱 랜드마크 롱선사 좌불상. 연꽃 위에 앉은 싯다르타가 고지에서 나짱 시내를 내려다보는 형상이다. 낯선 도시에 가면 전체를 조망하는 곳을 찾길 즐기는 내가 찾을 밖에 없는 일이다.


흥미로운 건 불상 아래를 죽 둘러 스님들의 상이 불꽃 가운데 자리했던 점이다. 일곱의 스님 중에는 제법 유명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틱꽝득이다. 그는 응오딘지엠의 반불 정책에 맞서 사이공서 분신한 일로 세계적 파문을 던진 인물이다. 소신공양이라 불리는 이 행위는 맬컴 브라운이 찍은 사진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대 남베트남의 전횡이 적나라하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응오딘지엠 정권을 지원하던 미국 또한 국내외에서 큰 저항과 마주했다.


그저 종교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것이 틱꽝득의 사망 전후로 종교는 베트남의 역사를 가름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였다. 불교는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체적 정치집단이자 시민들의 삶 가운데 깊이 자리한 신앙의 주체이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 남방에 전래된 불교는 토속종교로 발전하기도 하며 남북으로 갈라진 지역적 특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방 이주자와 기독교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불안정한 정권이 이들을 탄압하는데 이른 건 어쩌면 자연스런 귀결인지도 모른다.


응오딘지엠 정권은 무능하고 한심했다. 제 무능을 너무 잘 알아 저와 동류를 가까이하며 다른 이를 배척했다. 가장 쉬운 건 종교였고 다음은 지역이었다. 북방 출신 가톨릭 교도는 정부 요직부터 말단직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했다. 불교는 탄압받기에 이르렀는데, 불기를 쓰는 것이 금지되고 집회며 행사가 차단되며 심지어는 불교신도가 가톨릭으로 강제 개종되는 일이 잇따랐다.


종교, 특히 불교도의 분신은 인간이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 저를 탄압하는 이들에게 충격을, 나아가 경외감으로부터의 감동을 던지려는 행위다. 그저 막다른 곳에 내몰린 이의 자살이 아니며 수행의 결과이자 또 수단이란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영상으로도 남아 있는 틱꽝득의 소신공양은 참혹한 한편으로 경외로운데, 제 몸이 타들어가는 와중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간의 어느 극을 내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소신공양이 응오딘지엠과 응오딘뉴, 쩐레쑤언 같은 일파, 혹은 무능하며 오만하기만 했던 케네디 같은 이를 일깨울 수는 없었을 테다. 그러나 그를 뒤따른 수많은 불교도의 봉기와 베트남 민중의 각성,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인 미국의 베트남 개입 반대 여론으로 이어졌으니 어쩌면 틱꽝득의 의도는 그대로 관철된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3년, 롱선사의 승려들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게 모인다. 불상이 내려다보는 나짱은 평화롭고, 나 역시 이곳에서 한가로움을 느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김성호

이전 04화그 깃발이 나부끼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