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자가 감독에게 묻는다. 정말 요즘에도 영화에서처럼 마이스터고등학교 같은 데서 이런 일들이 있나요? 감독이 기자에게가 아닌, 기자가 감독에게. 나는 이 질문이 한국의 오늘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가만히 이 순간을 마음 속에 담아둔다.
콜센터에 실습파견된 고등학생의 죽음을 다룬 영화로부터 한국 언론의 희망과 절망을, 나아가 한국 사회의 오늘을 읽었다는 건 슬픈 일일까. 감독은 기자와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 자리에서 오늘 시사가 가장 떨리는 자리였다고 털어놓는다. 영화를 완전한 상태로 완성한 뒤 가진 첫 번째 상영이기에, 그리고 영화 후반부를 책임지는 오유진 형사의 모티프가 바로 언론에서 왔기에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다, 영화 내내 어딘지 어긋난 인상을 주던 오 형사의 캐릭터 상당부분은 기자며 언론인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기자가 실재하는 어느 누구였는지, 아니면 여러 뉴스며 시사프로그램에서 본 것에 상상을 첨가하여 빚어낸 것인지를 감독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을지도.
<다음 소희>는 한국적인 방식으로 세계와 통한 작품이다. 보여주기식 성과에 집착하는 공공기관이며 학교, 업체의 적나라한 풍경부터,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기업운영방식, 제 역할이 아니라며 방관하는 기관, 싼 값에 온갖 법규를 어겨가며 실습생을 갈아넣는 노동현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오늘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특히나 마음을 움직인 건 후반부, 오 형사가 소희의 죽음을 좇다 지방교육청을 찾은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이어진 대화를, 그 감정들을 나는 이미 여러번 마주한 일이 있다. 적당히 좀 하자고, 일개 OO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렇고 그런 말들을 들어본 일이 있는 것이다. 이제 OOO까지 가시겠느냐고, 조롱하듯 말하는 이를 나는 몇번이나 만나보았다. 아무것도 돕지 못하는 내게 그저 들어주어 고맙다며 눈물 쏟는 이도 나는 수시로 마주했었다. 그리하여 나는 오 형사가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대개 포기하고 말았기에.
2023. 2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