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너
오래전 '가타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인간의 탄생이 순수한 남녀의 사랑의 결실이 아닌
유전자공학을 이용한 우성형질의 유전자만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는 시대.
그런데,주인공은 부모의 뜻하지 않는 임신으로 자연적으로 태어난 아이 빈센트(에단 호크)
그런 영향으로 우성인자만으로 탄생한 동생보다 키도 작고 눈도 안좋고 모든 게 열등하다.
하지만, 바다에 빠질뻔한 동생 안톤을 자신이 구해주고,비단 신체적 우수함이 다가 아닌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꿈인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유전적 DNA으로는 절대 입사가 불가능한 가타가라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유전자 브로커를 통해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가 됐지만 우수한 유전자의 제롬을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아 가타가에 입사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속에서 여자친구 역할을 한 아이린(우마서먼)이 현실의 부인이 됐다는 스토리로내 기억속에 저장된 영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할수도 있고 결론은 헤피앤딩으로 마무리됐던거로 기억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짜 머지않은 미래 진짜 유전학적 우수성을 가진 아이가 유전공학의 힘으로
탄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협,
그리고 신체적 조건보다는 정신적으로 강인한 게 더 낫다는 메세지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무려 25여년전 영화지만,
내가 아직 이 영화를 뚜렷히 기억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그 당시 20대의 나도 빈센트처럼 나를 둘러싼 신체적 조건이 다 열성인거 같고
마음에 안드는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였다.
첫사랑을 실패하고 그 사랑의 실패이유를
나의 매력적인 외모가 아닌 것이라고 단정지으며
나 자신을 스스로 생채기내고 아프게 했었다.
하지만, 주인공 빈센트는 자신의 신체조건을 넘어서는 강인한 정신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강인함과 자존감이 없었다.
세월은 흘러,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된 어느날
외탁으로 유난히 마른 체질을 물려받은 첫째 아들이 매일의 루틴대로 체중계에서 내려오면서
혼잣말로 "나는 나중에 결혼하지 말아야겠어, 내 자식도 이렇게 살이 안쪄서 스트레스 받을거 같아."
흘리는 한마디에 내 가슴이 쿵 무너진다.
나역시 사춘기시절 유난히 마른 팔다리 ,
앙상한 나의 몸을 보며 안그래도 못사는 집 딸이,
못 먹어서 살 안찐다고 주위에서 수군거릴까 혼자 주인집 2층옥상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말은 안했지만 나의 외모, 나의 부모, 나의 체질까지 하나같이 마음에 안들었다.
그런데, 그랬던 나는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됐고 아직도 내안에는
내 외모의 싫은점을 꼽으라면 금방 10가지도 넘게 말할수 있다고 얘기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은 불만투성이의 내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불만투성이 체질과 외형을 그대로 빼닮은 아들녀석을 바라보니
그때의 감정과 아이에게 좋은것만 물려주지 못한 죄책감 같은 양가적 감정이 휘몰아친다.
나도 내 체질이 싫었는데, 아들녀석에게도 같은 고민을 물려주게 해서 너무나 미안했다.
문득, 잊혀졌던 영화 가타카가 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다.
엄마도 영화에서처럼, 너에게 좋은 유전자만 물려주고 싶었는데
니가 제일 고민하는 남자치고 가는 체형,
사람좋아 보이는 눈꼬리 쳐짐이
너에게 그렇게 스트레스일지 몰랐다.
이럴때 엄마는 너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아직 나도 극복하지 못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
외모보다 내면이 멋진 사람이 되라는 교과서적인 격려의 말만 떠오른다.
그러다,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하위복한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읊어주며
아이를 격려해본다.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 숀리도, 요즘 대세남 덱스도 엄청 말랐었는데 운동으로 다부진 몸을 가지게 됐단다."
"눈꼬리 쳐진 남자가 얼마나 우수에 차 보이고 따뜻한 인상인데, 엄마가 좋아하는 콜린 퍼스같은 영국남자 느낌이라 좋아"
"나중에 커서도 마음에 안들면 너가 시술을 해, 요즘 남자들도 그루밍하는 시대니까 니가 원하면 반대는 안하께"
내가 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말들로 아이를 달래본다.
그러다, 객관적인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너의 외모가
정말 못 봐줄 만큼 형편없는게 아닌데,,,
내가 보긴 너의 신체조건이 그리 나쁜게 아닌데,,,
뚱뚱한 거 보다 눈꼬리가 차악 올라간거 한 성깔해보이는 거보다 순해보이는 너의 인상
엄마가 보기에 얼마나 사랑스러운 줄 아니?
문득, 어렸을 때 나는 나의 단점만 찾기 급급해서
나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움츠려들었던 순간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건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단점에 집착해서 나를 더 움츠러 들게 하는건 언제나 나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철을 나의 아들이 밟지 않게 하려면 나는 엄마로서 어떻게 해줘야 할까?
내가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줬던 내가 인생영화라고 꼽는 브릿지 존스의 일기에서의 명대사
뚱뚱하고 담배골초에 변변한 직장도 아닌 노처녀 브릿지를 사랑한 옆집 오빠 콜린퍼스의 그 한마디
"I Love you just as you are"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진정한 사랑이 있다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아들도 지금의 너의 외모를 폄하하지 않고 내면을 가꾸는 시간,,,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시간,,,
이건 내가 해주는 따뜻한 격려 따위로 헤쳐나갈수 없는거란거 잘안다.
너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오길,,,
그래서 너의 사춘기가 너의 멋진 성장에 기반이 되는 그런 시간이 되길 엄마는 기원한다.
오늘도 느낀 육아의 갭,,,
이상과 현실은 늘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건 나의 몫이다.
육아는 늘 어렵다.
엄마는 이렇게 너를 키우며 나도 함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