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년, 돈은 없지만 시간은 재벌입니다
나는 한동안, 오늘을 어제로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으며 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하지만, 내가 느끼는 시간의 무게는 달랐다. 적어도 그동안의 나에게 하루는 늘 버거운 숙제에 가까웠다.
오늘은 쉽게 어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를 어제로 넘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늘은 저절로 지나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끝까지 밀어내야 했다.
무언가를 해내고, 나를 증명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밀어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증명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고, 멈추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겨우 오늘을 어제로 만들어 놓으면, 이미 내일이 오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어제와 내일 사이에 끼인 채,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밀어내고 있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질수록 나는 시간에 점점 예민해졌다. 하루는 늘 짧고 부족했고, 머릿속은 더 해야 할 것들로 가득 찼다. 어제는 언제나 후회로 남았고, 오늘은 숨이 막혔으며, 내일은 늘 불안했다. 어느 시제에도 기대지 못한 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일을 쉰 지 1년이 넘은 지금, 시간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알람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로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낯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애쓰지 않아도 오늘은 어제가 되었고, 애써 채운다고 해서 그 시간이 더 또렷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흐려지고, 시간의 흐름에 조금 무뎌지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졌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오늘을 지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와 내일 사이에 끼여 있던 오늘에서 벗어나서야 나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시간을 내주고 돈을 받지만, 나는 지금 돈을 내고 이 시간을 사고 있다. 그렇게 사들인 시간으로, 나는 나에게 잠시 자유를 주고 있다. 이 자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