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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Jul 31. 2021

라오스, 무한한 식재료의 범위

잡히는 것은 식재료, 먹는 것은 음식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재래시장을 방문한다. 


라오스의 아침 재래시장을 찾아가 보면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열심히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방문하는 재래시장이고, 다른 장소의 재래시장을 가더라도 모두 다 엇비슷하기 때문에 지겨울 만도 하지만, 

일 년 내내 더울 것이라 예상되는 동남아 라오스 역시도 계절이 존재하고, 1년을 넘게 살다 보면 그 미세한 온도와 계절의 변화를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다. 

수십 년을 살아온 현지인이 아닌 짧은 시간을 지낸 외국인의 경우 변화를 확 느낀다기보다 조금씩 미세하게 느낀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또한, 특정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조금 덥거나 많이 덥거나 하는 계절이 유지되는 것은 맞기도 하다.

그리고, 그 미세한 계절의 변화만큼 재래시장에 등장하는 과일과 채소들은 다르고, 또 가격도 매달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매주 찾는 라오스의 재래시장은 언제나 즐겁고 새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바로, 라오스의 다양한 식재료 구경 때문에 말이다.


과일, 채소, 메콩강의 민물생선, 그리고 고기들. 

이외에도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조금은 보기 힘든 식재료라고 불릴만한 것이 있다면,


개구리 큰 놈, 작은놈, 예쁜 놈, 못생긴 놈 등등에 이어서 말린 놈까지.

그리고, 10종이 넘는 곤충과 도마뱀이라 불리는 게 맞을까 악어라고 불리는 게 맞을까 싶은 놈도 식재료랍시고 팔리고 있다.


이 정도가 수도 비엔티안의 재래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재료라면,


수도가 아닌 시골지역으로 가면, 박쥐, 다람쥐, 새 등등 아무 생각 없이 재래시장을 방문했다가 깜짝깜짝 놀랄 식재료들도 볼 수 있다.




언젠가 라오스 시골지역에서, 현지인이 무언가를 웃으면서 들고 온다. 그런데 들고 오면서 입으로 쏙쏙 무언가를 넣는 것이 보이는데, 간식을 먹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들고 오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먼가 싶어 자세히 보니, 벌 유충이다. 

"그래, 먹을 수 있지. 라오스에서는 곤충을 요리해서 먹고, 즐겨먹는 간식이자 음식이니깐."


그런데, '쑥, 쑥' 거리면서 알맹이를 빼먹듯이 하나씩 먹는다. 그냥 입으로 넣고 고소하다고 말한다.

라오스어 '쑥'은 '익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건네는데, 비록 이미 목숨을 다한 유충이지만, 까만 눈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이런 젠장. 이건 애벌레가 이미 아니다. 


그러면서 필리핀과 동남아에서 유명한 부화 전 삶은 오리알 '발룻'이 떠오른다. 

필리핀뿐 아니라 라오스에서도 이 음식은 건강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어쨌든, 배가 불러서, 소화가 안돼서 라는 핑계로 현지인들이 먹는 것을 구경만 하는 것으로 끝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벌 유충의 경우 구하기가 힘들어 돼지고기 등과 비교해서도 kg당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비단 벌 유충이나 메뚜기, 다양한 곤충에 더해 라오스 인들이 찾는 비싼 식재료 곤충으로 '전갈'도 있다. 

남성에게 좋다는 이유로, 술에 담가 먹기도 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이쯤 되니, 음식이라 먹는 것인가, 먹어서 음식인가 싶기도 하다.


논두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렁이는 평범한 식재료일 뿐이다.



어쨌든, 다양한 식재료를 가진 라오스. 그리고 그것을 나름 즐기는 라오스 사람들.


나는 비록 눈으로만 즐기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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