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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Nov 03. 2021

나, 누군가의 웃음을 강요해왔던 건 아니겠지?

원래 그저 그런 웃음은 없어

라오스 현지인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만나는 라오스 사람들이 항상 나를 향해 웃어준다.

그 웃음에서 나는 '나는 꽤 괜찮은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이 생각은 나로 하여금 조금은 기분 좋게 만들고, '나는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게도 만든다.


라오스 사람들 중에서는 그들의 성향 때문인지 중국인들과 일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한국인과 일하기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다른 나라 국적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또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에 함께 일을 하지만, 금세 성향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떠나기도 한다.

다수의 라오스 사람들의 성향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상대와 언쟁을 벌이는 것을 꺼려하는 특성이 '부딪히는 일' 보다는 '회피하는 일'을 만들지도 모른다.


짧은 여행이 아닌 심지어 라오스에서 몇 개월 이상을 생활하더라도 어쩌면 그 기간 동안 라오스에서 현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이나 '싸우는 듯한 큰 목소리'를 보거나 듣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짧은 머무름의 여행객들은 더더욱 그런 모습의 라오스 사람들을 보기 힘들고, 라오스를 '미소의 나라', '아름답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실제로, 라오스 사람들의 태도와 성향을 보면 '아름답고, 순박'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금 다른 면에서는 '소극적이고 내성적, 그리고 수동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들의 문화에서 보면, 그들은 '덕을 쌓는 것'을 중요시 하기에 현재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업보'를 쌓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그들의 행동과 생활은 우리가 단순히 보고 느끼는 '아름답고 순박, 순수한'이라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크다.


어떤 의미가 더 크고 작든 분명한 것은, 라오스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모습과 미소는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고, '안심되게' 해준다.



그런데 이런 안심이 '오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어떤 일이나 사건이 터진 후 해결하기는 힘들고 그대로 흘려보내야 할 상황이 되고 나서야 상황의 이유와 문제점을 이야기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뻰냥, 껍자이'(문제없어, 고마워)라고 웃으며 나에게 말했던 그 순간은 일상적인 원래의 인사치레이고 그저, 계속해왔던 일들일뿐인데 나 혼자 '오해'인지 '착각'인지를 한 것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야 왜 그때 이야기 안 했어, 문제가 있거나 할 말이 있으면 그때그때 이야기해야지."


"여기는 원래 그래. 그리고 이게 일반적인 거야. 그리고 그때는 문제없을 거였어"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혹시 무섭게 대했나, 아니면 목소리가 라오스 사람들보다 커서 말하기가 어려웠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했던 걸까'


그래서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두 번 세 번 이야기한다.

"혹시나 문제 있으면 말해, 아니면 할 말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


그러면, 웃으면서

"응, 알았어." 그리고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할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내가 먼저 "이거 조금 별로지?"라고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맞아, 그거 조금 별로야"라고 맞장구치는 정도다.

그래서 나는, 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들의 의견을 끌어낸다. 먼저 눈치로 이들의 분위기를 보고, 넌지시 슬쩍 동의를 구하는 말을 던져보는 것.


나의 입장에서는 편하게 해 주려고 말하는 "말해, 말해, 말해도 돼"라는 말들이, 이들에게는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느새 나는 '꼰대'가 되었다.

라오스에서 '꼰대'가 된 느낌을 받았으니,

'국제 꼰대'가 된 것 같다. 여기에 수식어를 더 붙이자면 '잔소리 국제 꼰대' 겠다.


나를 향해 아무 문제없음을 확인해주는 웃음은 언제나 좋다.

그런데, 내가 이런 웃음을 강요한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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