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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Feb 04. 2022

고단한 하루겠지만 가벼운 발걸음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워라밸. 


일과 사생활의 밸런스.


과거엔 있지도 않았을 단어였지만,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나 역시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노력한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미리 보거나, 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해두는 것.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직장상사가 퇴근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이런 일들이 당연한 듯이 여겨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지금 시대에서 생각해보면 별 소용없는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매일 일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내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안도감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라오스에서의 현지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이다.


나라의 기간산업이 농업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지을 땅은 가지고 있지만, 대단위의 땅을 가지고 있어 농업생산품으로 돈을 버는 대지주가 아닌 이상, 대부분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입에 풀칠' 하는 것 정도이니 시골지역에서는 태국으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온다.

문제는 정부에서 일자리에 대한 대책이나, 젊은 층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줄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회사 등이 많지 않아 취업도 어려울뿐더러, 학력이나 기술이 부족해 그마저도 취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나마 영어를 잘하는 젊은 친구들은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손쉽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라오스 젊은 층은 레스토랑이나 물류 배달, 또는 작은 개인 사업자의 일터에 자리 잡게 된다.


그러면서 이직이 잦고, 장기간 일을 배우거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다. 



간혹, 언론을 통해서 대단위의 국가 프로젝트가 소개될 때면 건설, 건축 노동자를 뽑는다며 '좋은 소식'을 전하지만, 사실 그리 좋은 대우의 일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현지인들은 이런 일자리에 지원하고 투입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렇게 어렵게 가진 일자리이지만, 그들의 생활에서는 자연스럽게 일과 가족, 생활은 분리되어있는 듯 보인다. 

불교행사가 있는 날이면 일보다는 불교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우선이고, 가족의 일이 일보다는 항상 먼저이다. 

사실 가족의 일이 일보다 먼저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들은 애초부터 '워라밸'이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족과 자신들의 생활이 우선된 상황에서 일을 가지기 때문에, 항상 일보다는 우선수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가장 우선이 '일' 이 아니니, '일'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문제가 되어도 더 중요한 가족과 생활이 있으니 말이다. 



아침 일찍, 트럭 뒤편에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분명 육체적으로 고단하고 힘든 하루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가벼운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 일을 했다며 말이다. 


오늘 하루 나도 잘 마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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