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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08. 2021

가끔 화가 난다. 너무나 강한 라오스 인들의 인내심에

그들의 당연함을 인내심이라 부르는 어리석음


개발도상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보다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말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사는 것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

그리고,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나 긴장상태로 사는 것

또,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다시 겪는 것.


어쩌면 매일매일과 순간순간이 배우고 또 성장해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서 걱정과 불편함을 감내할 만한 수준에 있지 않을까 느끼고 있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매번 즐겁지도 않다.

매번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매번 걱정이 없는 채로 잠이 드는 것도 아니다.



라오스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라오스 사람들은 OO 해. 그래서 OO 해. OO야.


등등 딱 박혀있는, 그리고 정답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도 무의식 중이나,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할 때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해외생활을 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생각이


'정해져 버리는 것' 


이라고 항상 생각했기에 다양성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참. 나도 나인가 보다. 어릴 적 버릇인지, 성질 급한 녀석인지 말이다.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면, 가끔씩...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화가 난다.

나에게 하는 욕인지, 남에게 하는 욕인지 모를 xx를 차 안에서 혼자 말하고 있는 나를 볼 때면 '피식' 웃어넘길 때도, 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런녀석이었나' 하고 말이다.

라오스에 여행 올 기회가 있다면 도로에서 귀를 주의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하루 종일 도로가에 서 있어도 경적을 울리는 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자동차의 경적 기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1차선 도로에 차량이 정차하거나 천천히 가서 길을 막고 있더라도 같이 천천히 달려주는 배려심의 끝판왕을 볼 것이다.

또는, 조금 성질 급한 현지인은 그냥 조용히, (정말 경적소리도 없이)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볼 것이다.

* 우리네는 가로질러갈 때 경적을 울리고, 또 창문을 열어 한번 눈을 흘겨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가끔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보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현지인이나 길가의 현지인들이 쳐다보기도 한다.

*라오스에는 어떤 구간에는 경적을 울리는 걸 금지해놓은 표지판도 볼 수 있다.


라오스사람들의 인내심은 차량운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서로간 높은 언성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다툼도 삼가는 모습을 볼 수있다.

그래서 잠깐의 여행을 통해서 라오스 사람을 만난다면 더더욱 그들의 웃는 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지켜봐와도 화내는 모습의 그들을 보는건 쉽지 않다.


식당에서도, 상점에서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좋게보면 느긋함을, 나쁘게 말하면 그냥 기다림을.


그런 모습의 라오스 사람들을 보게된다. 그러면서도 초조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으니, 그 모습을 보는 내가 더 초조해지기도 한다.


좋게 포장하면, 그들의 인내심으로

나쁘게 말하면, 머랄까, 굳이 나쁘게 말한다면 '공중 에티켓의 부재?' 이 말도 이것도 내가 만든 억지일지도...


그래서 오늘도 운전을 하면서 9번 속으로 화를 내고, 10번 삭힌다.

내가 화를 내는지도 모르는 현지인들에게 말이다.


창문을 내리면 그들은 눈웃음으로 인사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인내심으로 표현한 것도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갓길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도로 사정이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할때까지, 어렸을 적 부모님이나 성인이 운전하는 것을 봐왔을 때부터,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로에서 그렇게 운전하는 것을 보아왔으니, 그것이 보편적인 방법일 뿐이다.


내가 보편적이지 않고, 아직 라오스에 길들여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다짐한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운전하고, 내가 더 천천히 가보자고.

사실, 내가 천천히 가고 길을 막을 때도, 이들은 경적을 울리지 않았지 않은가?

그때를 생각하자.


'그래 그런 때를 수시로 만들어서 기억에 넣어두자' +.+


인내심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이자 생활 방식이다.

방문자인 내가 당연히 수긍하고 이해해야 할.



그래도 말이다. 아직은 즐겁기에, 라오스에 있는 것이 이유가 있기에. 삶에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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