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Mar 06. 2021

라오스 주말마다의 재래시장, 활기찬 미소들

매번 같지만 매번 즐겁고 매번 다른 미소의 사람들을 만난다


100g만 주세요, 이거 많은데 반만 잘라주세요.
호박 한통 말고 반만 주세요.
500g 포장된 거중에 250g만 주세요.


이미 물건이 잘 포장된 체로 판매되는 대형슈퍼마켓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통해서 거래가 성사되는 라오스의 재래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요청사항이 받아들여진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는 곳곳에 재래시장이 있다.


어떤 이는 재래시장의 깨끗해 보이지 않는 외관 때문에 대형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기도 한다.


비엔티안에는 몇몇의 대형 슈퍼마켓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지만, 비엔티안을 벗어난 대부분의 시골지역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재래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다행히, 몇 개의 마을이 모이는 접점이나 중심마다 재래시장은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야 슈퍼마켓 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주로 구매했지만,


라오스에서는 편의점을 잘 가지 않는다. 

*수도 비엔티안에는 편의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처럼 많지는 않지만 주요 장소에는 편의점이 있다.)


물건이 비싸다기보다,

라오스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싱싱한 식재료와 과일, 채소 등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시장에서는 상인과 에누리를 하기도 하지만, 라오스 재래시장에서는 그게 에누리할 일이 없다.

야채, 과일 등이 납득할만한 가격으로 거의 모든 가게의 가격이 비슷하다 못해 동일하다.

그러하기에 소히 말하는 '덤터기/ 외국인 덤터기'의 일이 거의 없다.

또, 지금껏 지내면서 라오스 사람들이 2배, 3배 더 가격을 받으려고 속이는 일을 적어도 재래시장에서 경험한 적은 없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재래시장이 좋다. 여기가 좋다. 라오스 사람들이 좋다.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 가격'의 오버 차지를 하는 경우도 많다. 몰라서, 그리고 귀찮고 지쳐서 그냥 페이하고 말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만, 재래시장에서도 정육과 해산물, 곤충 등을 판매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냉장시설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래서 육류 구매는 냉장시설이 되어있는 슈퍼마켓이나 정육 체인점을 이용한다.




아침 재래시장은 특히나 일찍 준비된다. 일찍으로는 아침 5-6시가 되면 시작한다. 그리고 8-9시에 닫는 곳과, 점심때쯤 닫는 곳이 있다.


시장에는 없는 물품이 없다. 오히려 대형 슈퍼마켓보다 물품 종류는 더 많다. 살아있는 곤충과 우리가 식재료로 쓰지 않는 것들까지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장을 보면, 지금이 무슨 과일과 채소가 잘 나오는 때인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제철과일과 채소는 그 시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으로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 싱싱한 물품으로 볼 수 있다.



나는 특별한 다른 일정이 없으면 주말 아침마다 재래시장을 방문한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적어도 일주일치 정도는 구매한다. 그래 봤자, 한국돈 2만 원 안팎이면 가능하다.


상추나 양상추 같은 채소는 천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일주일을 먹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매주 방문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즐겁기 때문이다.


매번 보고, 봐왔던 거지만,

지난주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그리고, 다시 만나는 상인들이지만,


매번 다른 미소와 활기참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팔기 위해 미소 짓고 활기 있게 행동하는지 모르지만,


그 미소와 활기참은 나에게 생기와 라오스 있을 이유를 부여한다.

그래서 나는 재래시장을 가는 것이 즐겁다.


다음 주에도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다.


어쩌면, 다른 제철 과일을 만날지도 모른다.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다.


어쩌면, 먹어보지 못한 채소를 권유받고,

보지 못했던 과일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겐 새로운 지식이 될 것이고,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일상과 반복되는 스케줄 속에서도 항상 즐거움은 있다.


반복되는 스케줄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내가 즐거우면 '여행'이 되는 것 아니겠나.




나는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 여행에서 얻은 물품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다음 주의 여행을 또다시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스러운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라오스의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