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방비엥 구간 3시간여 단축
동남아 최빈국 라오스에는 2020년 12월 이전까지 고속도로가 없었다.
고속도로가 머다냐. 수도 비엔티안에서도 주요 도로를 제외하고 많은 '반'(라오스의 제일 작은 행정구역 단위 '반'='마을')의 안길도 포장이 되지 않은 곳이 많은 실정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도 최근에서야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코로나 19 상황으로 공사가 멈춘 곳이 곳곳에 있고, 또 타국가의 수도와 비교해봐도 고층건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 아니, 사실 거의 없는 편이다.
수도 비엔티안의 메인도로는 나름 차량들이 다닐만한 괜찮은 환경으로 보일지 모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요 메인도로도 곳곳에 파인 흔적과 파손된 부분들이 많아 운전 중 조심해야 한다.
이런 라오스에 2020년 12월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그것도,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방비엥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말이다.
방비엥은 루앙프라방이나 팍세, 그 외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비행편이 없어 육로로만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구불구불하고 불편한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수도 비엔티안에서 4시간여를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 특히나 좋지 않은 도로 사정 때문에 멀미가 날뻔했던 기억이 있다. (큰 버스를 탈 경우에는 덜할지 모르나, 승합차로 이동할 경우,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비엔티안-방비엥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1시간 안팎의 시간으로 여행이 가능하게 되어, 1일 여행 지역이 된 것이다.
* 비엔티안, 방비엥 현지 발음에 대하여
Vientiane 비엔티안, Vangvieng 방비엥이라고 우리는 읽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각각 '위양짠' '왕위앙'이라고 읽는다.
여행 시, '위양짠, 왕위앙'이라고 발음한다면 영어를 어려워하는 라오스 사람들과 더 쉽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라오스가 무슨 돈이 있어 고속도로를?
바로 중국의 자본이 들어와 고속도로가 건설된 것이다.
2018년 말 공사를 시작해서 2020년 12월에 완공이 되었고, 같은 달 개통하였다.
총길이 약 109킬로미터, 넓이는 약 23미터이다.
고속도로 허가 속도는 80km-100km이며(몇몇 구간은 100km-120km가 보이기도 한다), 요금 부과는 km당 600Kip에서 2,000Kip까지 차량의 크기(탑승인원)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며, 45개의 다리외 1개의 터널, 8개의 게이트가 있다.
(8개의 터널 : 비엔티안, 나쏜, 반부아, 사카, 폰홍, 힌헙, 앙남능, 방비엥)
중요한 것은 중국이 자본을 들여와 고속도로를 건설한 만큼,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비 등의 사업권에 대한 권한을 50년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지불하는 금액은 중국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고속도로에서의 큰 문제점은 단순히 계산, 금액 등 금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다.
고속도로를 처음 맞이하게 된 라오스 국민들 중 몇몇은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이 서툴렀고, 이로 인해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또, 고속도로 규정을 숙지하지 않은 시민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 외 고속도로에 익숙지 않아 역주행하는 사건 등도 알려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뉴스에 자주 나왔던 단골 소재로는, 고속도로의 가드레일이 허술해(낮아) 고속도로 옆의 농가나 들판에서 넘어오는 가축, 특히
소들이었다.
* 가축들이 풀을 뜯어먹기 위해 고속도로를 넘어온다.
라오스 일반도로에서도 방목하여 농민들이 풀을 뜯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럴 때면, 차량을 천천히 운전하면서 소들이 비켜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최소 80km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추기도 힘들뿐더러,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 내에서 차량이 소와 부딪혀 소가 죽고, 차량이 파손된 큰 사고가 발생했고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이와 같은 사고들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언론 보도를 통하여 비엔티안-방비엥 고속도로 이용 시 주의점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나 역시도, 이런 사고 소식을 수개월째 접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조심스럽게 운전했고, 길지 않은 시간의 고속도로 운전임에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소한의 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나 역시도 고속도로 안의 소떼를 보았고,
나와 나란히 달리려는 오토바이도 마주쳤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이는 나에게 아직은 빨리 달리지 말라는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뉴스에서 많이 본 사고 때문인지, 방어운전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차량이 보이거나 추월하려는 차량이 보이면 조금 더 집중해서 운전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휴게소 간판이 여럿 보였지만 여전히 공사 중인지 아직 건물이 세워지지 않아 휴게소에 들를 수는 없었다.
사실, 속도를 빠르게 내지 않았던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불신 때문이었다.
이 불신은, 비엔티안 시내의 도로에서 비롯되었는데,
비엔티안 시내 곳곳에 포장한 지 몇 년이 지나지도 않은 도로가 파손된 곳이 많다. 어디서 공사한 것이냐고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답은 '중국'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불신' 이 있었고, 혹시나 중간에 파손된 도로가 있나 걱정이 되었다.
비록 몇 달 전 새롭게 만들어진 고속도로였다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도로 상태는 지금까지는 꽤 괜찮았다. 울퉁불퉁한 느낌도 크게 없었고, 파손된 곳도 아직은 없었다.
다만, 도로 양옆의 화~악 트인 경치는 확 트였다 못해 너무 단조로워 1시간의 운전이 마치 2시간 이상의 운전처럼 지루함을 주었다.
* 중간중간 안내 표지판이 제법 잘 세워져 있어 크게 헷갈릴 일은 없었다. 특히나 방비엥까지 남은 거리가 잘 표시되어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현재 고속도로뿐 아니라, 철도건설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중국에서 라오스 북부, 그리고 비엔티안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2021년 12월에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또 다른 라오스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루앙프라방으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 현재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로는 1시간, 육로로는 10시간여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나 육로는 산악지역으로 이동해야하기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사고 소식이 들리기도 하는 위험한 이동 구역이다.
* 고속도로 역시, 현재는 방비엥까지 개통되었지만, 루앙프라방과 북부의 우돔싸이 지역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정부에서 허가한 상태로, 완공이 된다면 여행객들은 철도, 고속도로, 비행편의 다양한 이동 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추가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생업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그동안 비엔티안-방비엥 (구) 도로에서 중간중간 쉬어가던 승객들에게 간식과 물건들을 팔던 상인들은, 이제는 관광객을 볼 기회가 없어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한쪽의 발전이 어느 한쪽에게는 실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거 우리가 기반시설을 토대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던 만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국가 기반시설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발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출해야 할 손실이 제대로 계산된 것인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들과 나에게 있어서는 여행시간의 단축과 편리함 등으로 환영할 일이겠지만, 그만큼 라오스 자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의 든다.
이제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고속도로가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코로나 19 상황만 잘 해결되어 여행객들이 라오스를 방문한다면, 라오스의 관광산업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특히,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근접성이 좋아진다면, 비엔티안에서 머무는 관광객도 늘어나 관광산업에 더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라오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국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많아지길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