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Mar 10. 2021

라오스 추운 날씨를 견디다

추운날씨의 라오스를찾는 여행객들

동남아시아가 춥다고? 말도 안 돼.


그렇다 말도 안 된다.


그런데, 현지의 사람들에겐 추울 수 있다.

그리고, 한 계절이 지나고 라오스 날씨에 익숙해져 버린 몸뚱이를 가진 나 역시도, 라오스의 겨울이 춥게 느껴진다.


라오스 여행의 최적기라고 알려진, 11월-2월에는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이 부쩍 많아진다. 그래서 항공권과 호텔 등도 성수기 요금으로 비싸진다.


이 시기 여행객들이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가 오지 않는 건기 시즌이고 또 날씨가 선선하니 무더운 동남아의 날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이때는 추위를 견뎌야 하는 라오스의 추운 겨울이다.


오토바이를 타거나 아침 일찍 활동을 하는 현지인들을 볼 기회가 있으면 보기만 해도 땀띠가 날 것 같은 두꺼운 점퍼를 입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오스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11월부터 4월까지를 건기로,
5월부터 10월까지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로 구분된다.


동남아의 여느 나라와 같이, 라오스의 우기에는 스콜성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비가 하루 종일 오기도 하지만, 또 비가 쏟아졌다가 금세 멈추기도 한다.
그래서 급한일이 없다면, 잠시 비를 피하면서 멈추길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3월과 4월은 라오스에서 가장 더운 시기이다. 특히 4월의 라오스 날씨는 기본적으로 35도에서 40도까지도 올라가며, 길을 걷기만 해도 짜증이 밀려올 만큼 후덥지근한 기간이다.


그에 반해, 12월과 1월은 15도에서 25도 정도로 더위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라오스에서 에어컨을 켤 필요 없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걸어 다니기에도, 그리고 여행하기에도 최적기의 시기이다.


그런데, 이 겨울이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이슈가 되는 일들이다. 뉴스에서도 일교차와 기온에 대해 언급이 자주 되고, 라오스 사람들도 이를 확인하고 준비한다.


라오스의 평균기온은 28도 정도이지만, 이 겨울 시기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20도 이상 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북부지역의 산악지대는 겨울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어,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 라오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비엔티안, 방비엥 쪽으로 여행을 많이 하기에 추위를 못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행객 방문이 적은 시엥쿠앙, 후아판 지역 쪽은 큰 일교차와 함께 영하의 기온을 보이기도 한다.


비단, 이상기온과 추운 날씨는 라오스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라오스 사람에게 재산과도 같은 소와, 버팔로 등 가축이 동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 실제로 겨울 시즌이 되면, 라오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소에게 옷을 입혀놓은 사진 등 웃픈 사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겨울 시기가 되면, 라오스에서는 구호단체와 라오스 정부기관이 추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대비책과 언론보도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더위가 많은 체질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밥을 먹으면서도, 뜨거운 국물을 조금만 먹더라도 땀을 금방 흘리고, 특히 더위보다는 추위를 잘 견딘다고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작년에는 오지 않았던 추위가 나에게도 왔다. 11월에 시원해서 좋다고 느꼈던 날씨가 12월 초가 되니 춥게 느껴졌다.

겨울 옷이라고는 준비하지 않았던 나에게, 12월부터는 온도가 뚝 떨어지는 저녁시간에는 '방콕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분명 작년까지는 추위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바람도 더 쌀쌀해진 느낌이다.

하루 종일 틀어대던 선풍기는 이제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간다.


라오스에서 한 계절 사이클을 살았다고 벌써 몸이 적응을 했단 말인가.

이놈의 적응력이란!


한 번씩, 현지인들이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는 것을 보며 '머 그렇게 춥다고 엄살이지'라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한다.

다행히, 나에게도 추운 겨울은 가고, 다시 무더운 라오스가 오고 있다. 간사한 마음은 다시 또, 추운 겨울을 그리워할 것이다.  


라오스의 겨울,

누군가에겐 춥고 어려운 시기이겠지만,


적어도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들과 나에겐,

아마도 따뜻한 동남아의 자연이 주는 시원한 선물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라오스 커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