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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31. 2021

코코넛, 너를 향한 일편단심

너는 팔방미인이야.

코코넛. coconut.


높디높은 코코넛 나무 그늘 밑. 넓은 해변가에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유익한 나무.

두껍고 무거운 열매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코코넛 열매에 맞아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100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코코넛 나무 아래는 사실 위험지역이다.


그리고, 시원한 과즙과 아삭하고 달콤한 과육.

라오스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나, 도심 곳곳에서 코코넛 열매를, 주스를 파는 상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코코넛 주스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과일의 역할을 하는 녀석.


사실, 나는 코코넛 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코코넛의 맛과 향을 본건, 술이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피나콜라다 등으로 마시거나, 선물로 구매한 말리부, 럼 등의 술에 코코넛 향이 들어가 있었는데, 먼지도 모르고 마셨다가 코코넛 향과 맛이 별로라 느꼈었다.

그리고, 마사지를 할 때 쓰던 오일도 코코넛 오일이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비싸고 좋은 건지도 모르고 향이 싫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다시 코코넛을 접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건강 때문이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지방의 누명'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그때 당시만 해도 과체중이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것이라는 다짐을 6개월째 하고 있던 때였다.


코코넛 오일은 불쌍하게도 누명을 쓰고 있는 녀석이었다. 안쓰럽고 불쌍하고.

그래서 나는 코코넛 오일과 친해지기로 했다.

키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코코넛 오일을 먹게 되었다.

키토 다이어트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좋은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인데, 몸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쓰게끔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지방'을 섭취해야 하는데 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코코넛 오일이 좋은 지방 중 하나이다.


코코넛 오일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던 향과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인가, 아니면 계속 보니 이뻐진 것인가.

어느 순간부터 코코넛 오일이 달콤해졌다.

커피에 넣어서 방탄 커피로, 달걀프라이나 고기를 구울 때도 코코넛 오일을.

그렇게 코코넛 오일은, 놀랍게도 맛과 나의 몸무게 모두에 효과를 주었다.

물론, 꾸준히 유산소 운동도 하고, 간식을 줄이기도 했지만,

코코넛 오일을 먹으면서 식단 조절 결과 13킬로가 넘는 몸무게를 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나의 '보물'이 맞다.

하지만 코코넛 오일은 열량이 높으므로 과하게 먹는 것은 분명히 조심해야 한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이 녀석을 팔방미인이라 부르기엔 조금 힘들 것 같다.

코코넛 제품이 많기로 유명한 태국과 왕래가 활발한 라오스에서도 코코넛은 쉽게 볼 수 있는 열대과일이며,

또, 많은 제품이 라오스 슈퍼마켓과 가게에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라오스에서도 과일로서의 코코넛과 코코넛 제품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코코넛은 먹는 용도로는 종류가 다양한 쿠킹 오일로 나뉘고, 주스, 코코넛 밀크 등으로도 준비된다.

그리고 이미용 제품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지 그 수를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 쿠킹 오일도 냉압착, extra virgin 등으로 다양하며 제품별로 가격차이가 많다.

그래서 동남아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코코넛 제품을 많이 구매해서 돌아가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열매 안을 가득 채운 주스는 음료로,
껍질 안쪽에 붙어 있는 하얀 과육은 식감 좋은 음식으로,
열매를 감싸고 있는 섬유층은 카펫이나 산업용 재료로,
단단한 껍데기는 공예품의 재료로,
혹은 불을 지피는 데 사용해서 대체연료로도 사용한다.


이 정도면 팔방미인 아닌가.


나 역시도 코코넛을 즐겨 먹는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코코넛을 파는 상인이 보이면 한 번씩 그 주스를 맛보기 위해 사 먹는데, 과육도 빠지지 않고 긁어달라고 주문한다.

* 코코넛 안쪽에 붙어있는 과육을 벗기는 전용 도구가 있다.

과육을 먹을 경우, 칼로리가 조금은 높지만, 그 쫄깃하고 달콤한 맛을 포기할 수는 없다.




코코넛 껍질을 까는 것은 여행객이나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적어도 수백 통의 코코넛을 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코코넛 상인이 투박하고 두꺼운 칼로 툭툭 내려찍듯 껍질을 벗기는 모습을 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코코넛을 구매하는 게 조금은 미안할 때도 있다.


그런데, 코코넛 껍질을 까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높은 코코넛 나무 위에 달려있는 코코넛 열매를 따는 일일 것이다.

최근, 동물보호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코코넛과 연관된 부분이 있다.

많은 기업에서 학대와 착취로 키워진 돼지꼬리 원숭이를 코코넛 열매를 따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루에 딸 수 있는 코코넛의 양이 80개 남짓인데, 원숭이의 경우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양의 코코넛을 딸 수 있으니 기업에서 원숭이를 조련하고, 강제 노동을 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학대받고 스트레스를 받은 원숭이들이 우리를 탈출하기 위해 소리를 치고, 이상행동을 하기도 한다.

라오스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태국 제품 중 한 곳도 동물보호단체에서 언급한 제품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현재 일부 코코넛 밀크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나 역시도, 코코넛 제품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오일과 밀크라서 관심이 가는 뉴스였다.




나는 요리를 할 때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서 요리를 한다.

요즈음 코코넛 오일 맛을 알아버린 나는, 코코넛 오일로 요리를 하면 더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또, 코코넛 밀크도 항상 구비해둔다. 간장, 굴소스 등도 좋은 양념의 재료가 되지만, 코코넛 밀크로 요리의 풍미를 더하는 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태국 카레 등의 요리에도 코코넛 밀크가 사용되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많은 나라에서 코코넛 밀크를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라오스에서도 '카오람'이라고 부르는 '대나무통 찹쌀밥'에 코코넛 등의 재료가 들어가 음식에 달콤함을 더한다.


건강과 미용, 그리고 음식과 간식으로까지


만약 내가 한 개의 열대과일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 용도가 많은 코코넛을 1 픽으로 선택할지 모른다.

물론, 껍질을 까는 수고가 많이 들겠지만, 그 안의 주스와 과육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껍질을 까는 스킬이 부족하기에,

그리고 너무나 많은 기술자들이 존재하기에,


나는 라오스 길거리의 잘 준비된 코코넛 주스를 쉽게 얻는다.


그리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코코넛, 너는 팔방미인이야. 지금까지의 오해를 날려버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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