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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11. 2021

코로나 19와 함께하는 라오스의 새해맞이

4월의 새해 축제

태국의 송크란, 미얀마의 띤잔, 캄보디아의 쫄츠남,

그리고 라오스의 삐마이.

이들의 새해는 베트남, 중국, 한국의 새해와는 다른 4월에 있다.


특히, 송크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태국을 찾기도 하는데,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4월의 새해 축제(물축제)는 즐길 수 없게 될 것 같다.


이들은 새해를 맞으며 과거를 깨끗이 씻어내듯 서로 물을 뿌리면서 축제를 즐긴다. 이 기간 동안 모르는 이에게 물을 뿌리더라도 서로 웃으며 축제를 즐긴다.

곳곳의 사원에서는 불상에, 길거리에서는 사람과 지나가는 차들에. 그렇게 물을 뿌리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 물을 뿌려서 액운을 씻어내고 축복과 행운을 준다는 의미





코로나 19 상황이 아니더라도 라오스에서의 '새해'라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볼 재미있는 현실이 있다.

라오스의 경우, 공식적인 새해와 휴일은 4월 삐마이라 불리는 새해와, 매년 1월 1일의 신정으로 공표되어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축제나 행사가 이루어지는 날이 적어도 두 번 정도는 더 있다.


첫 번째로는 한국, 베트남, 중국이 지내는 새해이다.

특히, 라오스 내에 거주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인과 중국인의 수가 많기 때문에 이 새해에는 거의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저녁시간이 되면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로 요란하다.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일이나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는 라오스 몽족의 새해이다. 라오스 내에서 라오족, 크무족과 더불어 3대 종족이라고 불리지만, 과거의 아픈 역사로 인해 소수민족으로 차별을 받기도 한다.

이 몽족의 설은 라오스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4월 삐마이가 새해가 아니라 내년 12월에 몽족만의 새해가 있다. 이들에게는 4월 삐마이 보다 12월의 새해가 더 큰 축제이다.


그래서, 라오스에서는 어떤 종족과 어떤 이들에게는 다른 날이 그들의 새해이고, 4월의 삐마이는 축제를 즐기는 날이다.




2021년에는 4월 14일부터 16일까지가 공식적인 새해 공휴일이다. 하지만 휴가를 내는 사람들, 그리고 축제 준비를 하는 사람들, 멀리서 또는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연휴를 맞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인해 한주 동안은 축제와 휴일아 함께하는 기간이다.


몇 주 전, 2020년 삐마이 축제를 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루앙프라방에서는 축제를 성대하게 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코로나 19 상황을 염려해 축제를 열지 않고 간소하게 신년행사를 지내는 것으로 발표했고, 루앙프라방 지역에서도 다시 조정해서 발표했다.


코로나 19는 적어도 2년 동안 라오스의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축제인 삐마이 축제를 앗아갔다.


그럼에도 아직 며칠이 남은 라오스의 새해지만, 길거리에서 보이는 개개인의 집들은 각자 축제를 준비하는 것인지 가족 모임을 준비하는 것인지 바쁘게 보인다. 집을 치장하거나 텐트를 쳐서 술을 마시고 놀 준비들을 말이다.


아직 새해가 오진 않았지만, 라오스는 공식적인 코로나 19 상황 발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환자가 발생한 나라 중 하나이다. 초반부터 국경 봉쇄정책을 폈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비록 백신의 전량을 국제사회의 지원과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말이다.


축제를 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궁금도 하다. 정부에서는 행사를 진행하지 말 것(물 뿌리는 것 포함)을 지침으로 내렸으니, 확실히 줄어든 규모로 필요한 의식만 치르겠지만, 이미 두 달 전 중국인들이 지내는 설날을 경험한 나로서는 이번에는 라오스 사람들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삐마이 때 물 맞을 준비를 하라는 것인지, 길거리의 옷가게 들은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바캉스 셔츠와 바지 등을 판매물품으로 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들만의 여전히 행복하고, 즐거운 새해를 맞을 준비하는 그들. 가족과 함께이니 더 그럴 것이다.

비록 2년 동안 그들의 가장 큰 명절인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지 못했지만,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기도한다.


라오스, 너~ 이번에 보여줄 거야? 말 거야?

난 뭐를 준비해야 돼? 물 맞을 준비는 이미 다 됐어!

아님 말고. 샤워기라도 틀어놔야지. 그날은 물을 맞고 액운을 씻어야 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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