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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17. 2021

2021년 라오스 삐마이(새해)는 조용히 지나가다

물 뿌리기 축제 최소한으로 즐깁니다

2021년 4월 14일, 15일, 16일은 라오스 삐마이, 새해이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같이 라오스의 새해도 길가는 차량과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며 액운을 씻어주는 축제를 벌인다. 이날 하루는 모르는 이에게 물을 뿌리더라도 웃으면서 즐기는 날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2020년 삐마이 축제를 코로나 19 때문에 즐기지 못했으니 2021년에는 즐길 준비를 일주일 전부터 하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라오스 사람들은 새해 일주일 전부터 축제를 즐길 준비를 하고, 도시 분위기 역시 그렇게 흘러간다.


삐마이가 있는 한주 동안 휴가를 내거나 일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

길거리에서는 집, 가게 앞에 텐트를 치거나, 일하는 시간임에도 음악이 쿵작 쿵작거리면서 축제를 일찍부터 즐기기 시작한다.

대낮에 비어라오 맥주에 얼음을 넣어서 말이다.

덕분에 얼음을 공급하는 차량은 바빠 보였다.

라오스는 냉장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얼음을 봉지로 구입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얼음의 위생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동남아나 열악한 환경의 개발도상국이 대부분 그렇듯, 여행 중 얼음과 식수 때문에 물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삐마이 연휴 이틀을 앞두고 태국 국적의 코로나 확진자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사람들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엔티안 시를 락다운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야기도 많았고 정부에서도 한참을 고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부에서 강력하게 행사 모임을 금지하고 술집과 클럽 등의 영업을 제한하였다.

정부에서 삐마이 기간 동안 큰 축제 금지, 물 뿌리기 금지 등을 이미 공표한 상황이었지만,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자 더 강하게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내심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사람들의 축제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보게 될까 기대도 했었지만, 삐마이 연휴 첫날이 되고 나서 모든 기대가 싹 사라졌다.


도로는 한산했고, 축제가 있는 라오스의 가장 큰 연휴일이 아닌 그냥 일반 일요일 같았다. 다만,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집 앞에 맥주판을 벌여놓고 음악을 들으며 물을 뿌리는 몇몇 가정이 있긴 했다. 소규모로 하는 것이고, 자기들끼리 물을 뿌리는 것이니 정부 규제를 어기는 것이 아니다.


축제는 없지만 사원을 찾는 라오스 인들은 많다. 불교의 국가 라오스에서 사원을 찾는 것까진 규제하진 못하는 듯하다.


사원을 찾은 사람들은, 기도를 드리며 불상과 사원 곳곳에 물을 뿌린다.

그리고 또 기도한다.


불상과 사원에 뿌리는 물에 꽃을 담가 향을 좋게 만들고, 심지어 향수를 뿌려 물에 향기가 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라오스 사람들이 불상과 사원에 물을 뿌리는 의식이 그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라오스 사람들도 약간은 아쉬웠는지 수도 비엔티안의 여행자 거리에 있는 사원에서는 코끼리 조형물에서 물을 내뿜으며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준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거리 행사와 조금의 축제를 진행한 듯하다.


그리고, 새해 연휴의 마지막 날에는 길거리의 사람들도 조금은 더 대담해지게 음악을 틀어놓고 즐긴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에 물을 조금씩은 뿌리면서 말이다.


이날은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새해를 즐기는 날이니 다들 웃으면서 물을 맞고 물을 뿌린다.

물을 뿌리는 것 자체가 한해의 행운을 바라는 좋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2021년 라오스 삐마이 축제.

조용히 지나간다.

유명한 물축제, 내년에는 꼭 물 좀 제대로 맞아 보고 싶다.



그나저나, 아저씨! 튜브 조심히 가지고 가세요. 올해도 집안에서 물장구나 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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