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무경적 도로 위의 진짜 사정
'파라 뽀!'
필리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단어이다.
'멈춰주세요'
정해진 버스정류장과 목적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 또는 특정 지역을 지나갈 때 그곳에 승객이 내리길 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외치는 단어이다.
간혹 미리 '파라 뽀'를 외치지 않아 운전기사가 급정거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승객은 원하는 장소에서 내릴 수 있다.
* 현지인들은 멈춰달라는 이야기 대신 차량 문을 '툭툭' 치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과 선진국들의 원조로 비교적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는 필리핀에서도 버스정류장이 아닌 곳에 서서 예상치 않는 쉬었다 가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승객이 많이 타는 40인승 버스 등이 아닌, 승합차의 경우에는 그 빈도가 훨씬 많다.
내리려는 승객뿐 아니라, 승합차나 버스를 타려고 중간중간 도로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여지없이 승합차와 버스는 멈춘다. 물론, 승객이 앉을자리가 있다면 말이다.
간혹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이런 잦은 멈춤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이들에겐 승객을 태워야 수입이 더 생기는 것이니.
아직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 대중교통 발달이 더딘 라오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실 대중교통에 대한 이야기보다 라오스 사람들의 '운전'과 '주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대중교통이야 말할 것도 없이, 아직은 미비한 수준이다. 다행히, 원하는 곳을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툭툭'이야 비엔티안 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개인택시' 개념이므로 그 비용은 저렴하지 않다. 특히나 외국인 여행객의 경우, 그 가격을 쉽게 협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비엔티안 시내에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배차 시간과 기다림, 그리고 짧은 시간 노선에 익숙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최근 라오스도 점점 바뀌고 있다. '우버', '그랩' 서비스처럼 콜택시 개념인 'LOCA'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도 이동거리만큼 책정이 되니, 운전기사와 실랑이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라오스어와 영어가 되지 않더라도 이용이 쉽다. 실제로 대화 한마디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핸드폰에 찍히는 비용을 지불 후, '껍짜이'(고맙습니다.) 한마디만 남기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최근에는 택시 서비스도 진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에서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은 쉽지 않다.
라오스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 차량 구매가 허가되지 않기에 장기체류를 하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차량 장기렌트'의 옵션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시골지역으로 가게 되면, '툭툭'이와 그 시골지역을 돌아다니는 '대중교통'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라오스 사람들 집에는 적어도 1대 정도의 오토바이는 있다고 보면 된다.
교통수단으로써, 수송수단으로써 말이다.
오토바이 운전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면허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골지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복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이들을 말이다. 나는 10살 안팎의 아이가 오토바이 운전을 자전거 운전하듯 하는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새삼 놀랍지도 않다.
나는 현지 친구와 한 번씩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너 만약에 한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국 가서 절대 운전하지 마
라오스 사람들의 운전습관을 보고선, 한국의 도로에서 라오스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혼자서 생각해보곤 한다. '경적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라오스 인들은 오해를 하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또, '기다림과 천천히'가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의 운전은, 라오스식 운전은 오해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사람이 라오스에서 한국식 사고로 운전하고 평가하는 것도 바른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사람들이 1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차를 정차하고 볼 일을 보는 것,
(라오스에는 도로가에 빨간색 선, 검은색 선 등이 있어 정차가 잠시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좌회전, 우회전의 경계가 없는 것,
좌우로 추월하는 오토바이,
오토바이, 차량 운전을 하면서 핸드폰 통화나 화면을 보는 것
심지어는 오토바이 두대가 나란히 가면서 대화하는 것
도로의 한 차선이 주차구역이 되어버려 길 막힘이 일상인 것
술을 좋아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음주운전이 일상인 것(실제로 최근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것들이 문제인 것을 알고 있고,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면서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래도 주차 문제에 있어서 해결해보려 단속 실시를 예정하고 있는데 바뀌는 것이 있을지 기대해본다.
요즈음 나도 경적을 울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니 몇 주째 경적을 울리지 않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라오스의 '천천히'와 '경적을 울리지 않는' 스타일의 운전 방식을 좋아하는 한국인과 외국인도 있다.
오히려 한국의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심지어 신호대기를 1-2초만 더 하더라도 경적을 울리는' 운전방식이 싫어 한국에서는 운전을 자제하는데, 라오스에서는 편안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래, 사실 라오스에서 지내고 운전하면서 나 역시도 도로 중간에 정차한 경험이 있고, 그들을 따라 좌회전, 우회전, 심지어 유턴도 하지 않았던가.
다만, 내 앞길을 막을 때 이런 불만들이 나오니 말이다.
그래서 '나도 너희와 같이 행한 일'을 한 번씩 생각하며, '경적을 울리지 않는' 신기록을 유지 중이다.
80년대의 한국의 버스 기억나는가?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 말이다.
지금 와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불과 한국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에서의 흡연이 가능했었고, 심지어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담배도 허용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의 한국이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다. 비단 대중교통만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라오스도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모든 것이 '라오스의 교통 문화'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운전 중 핸드폰 보기, 음주운전 등은 반드시 바뀌어야 할 '나쁜 운전 습관' 임이 틀림이 없다.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니 말이다.
나는 한국인 중에서는 누구도 깨지 못하는 '라오스에서의 운전, 경적을 울리지 않는 기록'을 가지고 싶다.
오늘도 기록 하루 추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