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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20. 2021

라오스, 메콩강의 4000개 섬 시판돈

아름다운 돈뎃,돈콘.그리고 가치 있는 여행길

라오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액티비티를 위한 여행은 방비엥으로,


사원과 유적, 탁발 행렬의 문화를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된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라


라는 홍보와 안내서 같은 여행책자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방비엥과 루앙프라방. 물론 아름다운 곳이고 기꺼이 여행을 가볼 만한 곳이다.


하지만, 그 여행기간은 보통 길지 않다. 길어야 일주일, 짧게는 4-5일의 시간으로 충분히 돌아보고, 여행객들은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도 한다.


특히, 수도 비엔티안에는 여행객들은 동남아시아의 타 국가를 육로로 이동하거나 라오스의 관광지를 들르기 위해 잠시 라오스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방비엥과 루앙프라방 외에도 코로나 19 이전에 여행객들이, 특히 유럽 배낭객들의 발길이 높아진 지역이 있다.

바로 남부지역의 팍세와 시판돈 지역이다.

팍세는 수도 비엔티안만큼 잘 발달된 도시이고, 특히 팍세와 사와나켓 지역은 볼라벤 고원과 수많은 폭포들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들이 이를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비행 편으로는 1시간, 육로로는 10시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도로가 나름 잘 정비되어 있어 북부의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는 길과는 다르게 여행길이 힘들지 않다.




라오스의 최남단 시판돈으로 가기 위해서는 팍세에서 다시 트럭버스를 타고 3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오픈된 트럭이니 만큼 반포장 도로를 달릴 때의 먼지는 '멋진 곳으로 여행을 가니 감내하시오'라고 하는 일종의 지불 비용 같이 느껴진다.


시판돈은 라오스어로 '4천 개의 섬'이라는 뜻이다. 그 명성에 맞게 크고 작은 섬들이 메콩강 유역에 자리해 있다. 또, 이 지역은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오갈 수 있는 국경도 위치해 있어 배낭 여행객들은 캄보디아에서 라오스로, 라오스에서 캄보디아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트럭버스를 타고 나까상 마을에 도착하게 되면, 돈뎃이나 돈콘으로 향하는 작은 보트 선착장이 보인다. 저마다 바쁜 사람들이지만, 보트는 한두 사람을 위해서 운행되기보다,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운행된다. * 멀지 않은 길이라 1-2명의 승객을 위해 운행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함은 당연하다.




돈뎃과 돈콘은 여행객들이 시판돈에서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이기에,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과 호텔 등의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돈뎃에 도착해 돌아보면서,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돈뎃과 돈콘은 큰 섬이 아니기에, 섬 주변을 돌아볼 생각으로 자전거를 대여했다. (10,000 Kip=1200-1300원, 1일 대여)


햇빛이 있었지만,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더운 느낌보다는 상쾌한 느낌이 더 들었다. 아마도, 햇빛을 가려주는 나뭇가지와 잎들이 오솔길 곳곳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래 속 개구리를 잡는 소년과 아이들, 팔기 위해 숯을 만드는 아이들. 그리고, 무엇이 재미있는지 핸드폰을 만지며 놀고 있는 아이들.

잠시 아이들과 이야기하려 다가서며 도망가는 아이들. 그런데 내가 떠나려 하면 다시 돌아온다. 밀당하는 녀석들.

거기다, 나를 따라오는 멍뭉이들까지. 이놈의 멍뭉이들이 사교성이 좋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기 전에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 냄새가 내 몸에서 나는 것인지...


돈뎃의 오솔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금세 돈콘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돈콘 지역에는 리피폭포가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건기의 리피폭포도 꽤나 규모가 있었다.

현지인들은 저마다 모여 비어라오를 마시고 있었고, 적어도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을 리피폭포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구경하는데, 비엔티안의 공기와는 역시 달랐다.



돈콘-돈뎃을 자전거를 타며 여유롭게 돌아보는 동안 잠시 잊었다. 무엇을 잊었는진 모르겠지만, 기억이 없이, 그저 잊었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편안함과 여유의 기분만이 아직 생생하다.


누구 하나의 방해도 없었고, 거슬리는 무엇도 없었던, 오직 내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자전거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자유로움만이 있었다. 딱 하나, 한 번씩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지날 때 가끔씩 나를 스치는 선선한 바람뿐이었다.


자전거 트래킹이 너무 좋았던지, 돈뎃과 돈콘을 다 둘러보고도 더 돌아볼 곳이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판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여전히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다시 돌아와 활기찼던 시판돈의 돈뎃과 돈콘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겐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곳곳의 불 꺼진 식당들은 손님은 없지만 오늘도 석양을 맞이한다. 그리고 내일은 해를 맞이 할 것이다.


시판돈, 오지 않았으면 몰랐을 아름다움과 여유로움. 무엇보다 생소하지 않은 편안함.


비록 오는 길이 멀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와볼 만한 가치 있는 여행길이었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을 그들임을 알기에 짧았던 방문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여행객이 붐비는 돈뎃과 돈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시간 그때 다시 한번 와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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