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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14. 2021

라오스 사람들은 바다라 부른다

라오스제1호 남늠댐. 남늠 호수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다.


그럼에도 라오스 사람들이 바다라 부르는 곳이 있다.


라오스 현지인들의 국내 관광지 중 하나인, 남늠댐, 남늠 호수 이다.

남늠댐이 만들어지면서 인근에 남늠 호수가 조성된 것인데, 이곳은 비엔티안 시내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남늠댐이 있는 곳에서 언덕을 타고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남늠 호수와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남늠댐은 라오스 제1호 댐이자, 태국, 베트남을 전력을 수출하는 라오스에 중요한 자원이다.

또,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비엔티안 인근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남늠 호수를 바다라 부르는 이들의 말은, 남늠댐과 호수에 다다르면 알게 된다.

파도만 없을 뿐, 잔잔하고 넓은 푸른 물과 간간히 보이는 섬들은 바다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늠댐이 만들어지면서 메콩강의 수위가 매우 낮아진 문제점도 발생했다. 특별한 자원이 없고,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없는 라오스에게 전력 수출은 관광산업과 더불어 큰 수입원이다. 하지만, 점점 파괴되어가는 자연환경을 염려하는 국제단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라오스 돈 지폐 2,000 낍에도 남늠댐이 그려져 있다.

그만큼 남늠댐은 라오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장소이고 시설이다.




하지만 여전히 라오스에서는 메콩강 수역을 이용한 댐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런 와중에 2018년 국내 건설사의 라오스 댐 건설 도중 붕괴사고는 큰 이슈가 되었다. 라오스 남부 아타프 주에서 댐을 시공하던 중, 5억 톤의 물이 한 번에 쏟아졌고 13개의 마을이 사라진 사고였다. 당시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농경지 약 2천 ha가 침수됐으며 공식적인 집계로만 사망자 49명, 실종자 22명, 이재민 6천여 명이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나고 1년이 지났을 시점에서도 제대로 된 지원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캠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등 고통이 컸다. 그리고 2020년이 되어서야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런 댐 사고와는 상관없는 듯, 내가 찾은 남늠 호수는 고요했다. 고요하다 못해 평온했다.

호숫가의 식당들은 배들을 정박시키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었다.


방비엥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4시간 정도가 걸리던 비엔티안-방비엥 거리가 1시간 안팎으로 줄어들어 많은 라오스 사람들이 방비엥을 찾기 때문에 남늠댐의 인기가 조금은 줄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남늠댐, 호수는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방비엥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남늠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도 열려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도 남늠댐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구불구불 산길을 1시간 30여 분가량을 비엔티안 시내부터 달려야 올 수 있다. 도로도 그리 좋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늠 호수에 도착해서는 왜 이들이 바다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고,

왜 이곳이 라오스 사람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호수 바람. * 비록 바닷바람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시원하다.

그리고 햇빛에 비쳐 더욱더 푸른 호숫물.






배 한대를 호수에 띄우고, 이들의 음식, 음악과 함께 한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이다.

사실 라오스 사람들 뿐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이런 신선놀음이 이미 소문이 났기 때문이 아닐까.


한참 남늠호수를 바라보다, 호수 해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본다. 호숫가 주변에는 대부분 식당이었으나, 간혹 허름한 집들도 보인다.

그 집들 사이로,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냥, 째려보는 녀석이 있었으니,


이 녀석과 2분은 눈씨름을 했다.

참으로 인상 깊은 녀석이어서 사진에 담고 싶었다.




비엔티안 시내의 메콩강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었고, 느낌도 달랐다.


메콩강이 강의 느낌으로 가까이 있는 친근한 느낌이라면,

남늠호수는 먼가 거대하고 큰 느낌의, 정말 고요한 바다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더욱이 이런 요트와 배를 본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큰 배를 소수의 인원이 타기에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라오스 사람들은 가족단위로, 또는 친구들이 모여서 이곳으로 여행을 오고 선상에서 식사를 즐긴다.



남늠 호수에 있는 많은 배들에서 라오스 국기가 보인다. 라오스 인들의 남늠 호수에 떠있는 배들의 자부심이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원하면 동서남쪽으로 선택해서 바다를 보러 갈 수 있고, 제주도도 있기에 웬만한 호수와 강을 보고서는 크게 감흥을 느끼지 않던 나인데...


하지만, 라오스에서 오랜만에 보는 바다 같은 남늠 호수를 느껴보니, 바다가 그립기도 하다.  


파도와 바닷바람이. 그리고 시끄럽게 느껴졌던 파도 소리와 껄끄럽던 작은 모래알까지도.


라오스 제1호 댐으로 만들어진 남늠 호수.

라오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늠 호수가 계속해서 고요하고도 아름답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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