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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02. 2021

겁이 많은 겁보가 죽음을 이야기하다

잘 살아온 삶의 과정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성인을 넘어선  참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많다.

성인이라 해서 무조건 겁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겁이 많은 것을 넘어 겁보이다.


단순히, 귀신이나 범죄에 대한 유형적인 겁보다는 나의 생과 죽음, 그리고 죽음 뒤 존재하지 않고 잊힐 나에 대한 기억들이 두렵다.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그야말로 겁보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단편의 글이 생각난다.


1-2페이지였던 글은 나에게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어,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글은,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이라는 책에 있는 단편의 글이었고, '죽음'에 대하여 나에게 안심을 주는 글이었기에 나는 '죽음'과 '존재하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이 떠오를 때면, 그 글을 떠올려 안도의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그대, 죽음이 두려운가? 죽음이 두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죽은 후에도 존재하여 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죽은 후에, 나의 기억이 없어서 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 두려운가.

만약 첫 번째 이유라면, 그대 생의 기억이 삶이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존재하고 기억이 이어진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만약 두 번째 이유라면, 그대는 태어나기 이전, 존재하기 이전에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껴보았는가? 그러하기에 죽음 후에, 기억이 없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록, 십 년이 넘은 기억 때문에 글귀의 내용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받아들이고 안도를 가지는 기억은 이런 내용이었다.




일은 하면서, 또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내 뜻과는 다르게 잘 해결되지 않는 일들을 마주친다. 그리고 '아 죽겠네, ' '하 xx겠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무의식 중에 습관처럼 내뱉는 이런 말들이 모이고 모여, 밤이 되는 어느 날 가끔씩 나에게 '죽음'이라는 무형적인 무서움을 생각게 한다.


그럴 때면, 별다른 해결책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만의 생각과 고민으로 '괜찮아, 괜찮아'와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야', '바보 같으니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머가 있어' 등등의 생각으로 떨쳐내 보려 한다.


결국은 다른 이야깃거리와 생각으로 이런 걱정을 떨쳐내기도 한다.



죽음과 삶.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미래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 미래에는 죽음도 존재한다.

어쩌면 잘 죽기 위한 과정으로 삶을 마련해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항상 마지막에 있다는 이야기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죽음'에 대한 글일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죽음'에 대해 겁이 났던 어제의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나의 마음속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느 종교의 믿음에서는 죽음은 곧, 다음 생을 시작할 수 있는 시작이니 말이다.

그래서 현 생은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어쩌면 이번 생에서 준비를 잘 한 사람은 다음 생을 더 기다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생각하고 고민해본다 한들,

결국은 내가 죽음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삶을 잘 꾸려가면서 언젠가 만나게 될 사실에 자연스럽게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자연스러운 마주함이 어색하지 않도록 지금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

사랑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열심히 말이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스스로 겁을 없앨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죽음에 앞선 나의 삶이다.


오늘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삶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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