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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16. 2021

나는 제대로 포기하고 있는가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잃고 있는 것이 많은 나


나의 최근 10년은 한국에서의 삶보다 해외에서의 삶이 더 길었다.


처음 2-3년은 즐거웠다. 한국에서 치이고 바쁜 삶보다는 해외에서의 삶이 상대적으로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음 2-3년이라는 시간이 여유로웠는지, 아니면 내 나이가 높은 숫자로 올라가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의 나의 해외생활에 대한 생각은 '여유로움' 보다는 '안타까움'이라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 처한 상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세계는 코로나 19 때문에 어느 나라의 국민이나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해외에 있는 나에게


'언제든 한국에 갈 수 있으니'


라는 상황과, 이 옵션이 없는 것은 마음가짐에서 달라지는 듯하다.


일단은 보고 싶은 사람과 나를 언제나 반겨줄 가족이 있는 곳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과 날짜'에 갈 수 있는 선택권이 나에게 없으니 말이다. 그 현실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진 않아도 가끔,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무의식 중에 와 있을 때면, 불안감으로 바뀌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불안감이야, 한 두해 해외에서 생활해온 내가 아니기에 다시 마음을 잡는 것으로 또는 다른 생활에의 집중으로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나. 무엇을 위해서'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포기해야 하는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성격이 변했을 수도 있다. 비록 과거에도 마초의 성격은 아니었을 망정 이런 눈물 나는 생각과 말들을 자주 떠올리진 않았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에 대한 '진짜 소중함'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해외에 있을 뿐인데,

그리고, 내가 하려 했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리고 어쩌면 한국에서의 삶보다 여유롭거나 자유로울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또 어쩌면, 내가 선택한 것일 텐데 말이다.


'나는 제대로 포기하고 있는가'






코로나 19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제를, 그리고 각 나라 간 왕래와 경제를.

작게는 개인의 감정과 만남까지도 말이다.


한국의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나온 이야기들이 기억난다.

코로나 19가 한창 다시 유행할 때, 요양병원에 계신 노모를 면회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말이다. 해외에서도 코로나 19 때문에 노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말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준비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더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안타까움이 나의 감정이었다면, 이제는 나는 처량함을 느낀다.

아니, 처량함에 더해 의문이 생긴다.


나는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잃는 것이 더 많은 기분이 드는


것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에서야 느낀다.


잃는 것과 포기하는 것이 많다고 느끼는 지금,

얻은 것이 있다면,


나는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누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지 알게 된다.

내가 해야 하는 말과 표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낀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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